▲ 임구일 원장

건강보장 미래전략위원회는 얼마 전 지불제도 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늘어나는 의료비와 재정안정, 그리고 보장성 강화까지 3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은 다름 아닌 옛날부터 있었던 구태의연한 사전지불제도로 인두제와 포괄수가제를 하자는 것이다.

인두제세 이름만 바꾼 지불제도 개편안

도대체 얼마나 더 판을 휘저어야 만족할까? 인두제와 포괄수가제를 들고 나온 편은 다름 아닌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의료계를 파탄으로 이끈 장본인들이다. 전략위원회의 위원장은 당시 주무장관인 차흥봉 전 복지부 장관이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책에 있는 이론과 정책을 한번 현실에 펼쳐보는 것이 무슨 큰 공 인줄 알고 있는 거 같다. 마치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업적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실 행위별 수가제를 바꾸자는 전제조건은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는 과잉 진료와 불필요한 서비스를 의사가 유도한다는 의사유발수요가설(Physician-induced demand hypothesis)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이 가설은 20년 전 가설로 10년 전부터는 의사가 수요를 만들어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가정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여러 논문에서 의사유발수요가정이 틀렸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오히려 OECD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OECD 국가들 사이에서는 지불방식에서 비효율을 조장하는 비용상환(cost reimbulsement payments)방식에서 생산성을 보상하는 활동지불(activity based payments)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대기 시간이 긴 나라들은 생산성을 장려하는 방식인, 행위별 수가제와 병원에 대한 퇴원당 지불제(discharge-based payments)를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들이다. 

즉 인두제와 포괄수가제의 전제 조건인 의사유발수요가정도 틀렸고 30년 전부터 다른 나라에서 시행한 인두제와 포괄수가제는 이제 생산성 저하와 질 저하를 경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행위별 수가제로 바뀌는 중이다.
 
세계적 흐름이 이러한데 뒤늦게 낡은 이론적 배경을 가진 사전지불제도를 미래혁신과제 라고 들고 나온 것은 옳지 않다. 인두제와 포괄수가제는 단기간에 비용을 강제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론 질 저하와 생산성 저하, 의료기술 저하를 가져오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개선한 선택분업 선행돼야

의약분업은 지불제도의 개편에 비하면 참으로 작은 개혁이다. 이런 작은 의약분업이라는 개혁조차 8년이 지난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비용증가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하는 이때에 또다시 지불제도의 개편이라는 그림자를 의료 현장에 덮는다면 그 후유증은 상상하기도 싫다.
 
재정의 지속성·안정성을 우선 담보하려면 의약분업을 개선해 선택분업으로 바꾸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시적인 세세한 보완으로 재정의 안정화를 도모한 후에 미래 의료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는 지금 변화중이다. 크게는 18세기 산업혁명 이래 중화학 공업이 국가를 이끌었다면 미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디딤돌로 새로운 이념과 미래 비전을 가진 새로운 산업이 국가를 이끌 것이다. 의료는 이러한 사회변화 현상의 일부분이고 사회 변화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과거지향적인 의료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원회의 이름에 걸맞는 미래 지향적 정책생산이 필요한 때다.

임구일 <경기 연세미래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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