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 경 교수

개정 의료법의 내용 중에 MSO라고 불리는 병원경영지원회사(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가 관심을 끌고 있다. 영리법인인 MSO는 병원이 지분참여를 통해 수익 및 투자행위를 할 수 있도록 자본연계를 활 수 있는 회사이다. 　

 의료의 자유시장경제 내지는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관심이 많은 재정경제부에서 제안했다고 하는데, 보건보다는 복지에 관심이 많은 보건복지부의 반대가 상당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재경부가 의료산업화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개선으로 보고 관철시킨 모양이다. 미국의 MSO와는 내용이 많이 다르고 본래의 의도와도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어찌 되었던 그동안 영안실, 주차장, 식당 등으로만 대변되던 병원의 수익사업이 범위를 조금 더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린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모든 병원들이 MSO라는 제도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왜냐하면 MSO는 `의료행위와 관련 없는 병원경영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개념인데, 이때 서비스라는 것이 주로 병원의 구매, 인력관리, 진료비 청구, 마케팅 등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그런 부분에 대해 MSO의 공동관리를 통해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및 행정 투명성을 담보하고 그것이 병원경영 효율화에 기여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가만히 짚어보면 조금 애매하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 대학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을 예로 들어보자. 종합병원들은 이미 MSO가 제공하려는 구매, 인력관리, 진료비 청구, 마케팅 기능을 내부화하고 있다. 물론 종합병원이 가지고 있는 내부자원들을 사내 벤처 등의 형태로 spin-out하고, 그들을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outsourcing하는 구조조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의 노사상황에서 가능할까? 　

개인병원이나 중소병원의 경우는 이미 일부 진료과목에서 프랜차이즈 형태의 네트워크 병원이 등장하여 전문화와 브랜드 제고의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경우에 공동구매 및 투자 등의 요소까지 전략적으로 네트워킹을 한다면 경영개선 효과가 더욱 상승하리라 본다. 　

그러나 대부분의 진료과목들은 일률적인 의료보험 수가체계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고 있으며, 특히 원장 1인이 단독 개원을 하는 의원급에서는 MSO서비스를 통해 원가절감 효과 등의 재무적인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더욱이 종종 지적되는 의료기관의 불투명한 회계관행을 고려할 때, MSO를 통한 외부 관리가 선호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그보다는 MSO는 1·2·3차병원 간의 협력병원 네트워크 관계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최근 종합병원들은 환자의 중증도를 올리고 신환율 및 병실회전율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병원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의원 혹은 준종합병원들은 2∼3개 이상의 종합병원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만일 어떤 대형종합병원이 주도적으로 MSO를 설립하여 협력병의원들에게 구매, 인력관리, 진료비 청구, 마케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의료기술 및 인력 제공과 병원정보시스템, 환자회송 등을 연계한다면 아마도 전국적인 협력병원의 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원래 MSO는 의료기관에 자본을 투자하는 지주회사의 개념을 포함한다. 이것은 외부자본이 병원의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는 것이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부처 간에도 이견이 있고 시민단체 및 병원노조의 반발이 있다. 물론 그 경우에도 부분적으로 외부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정부가 제시하는 MSO의 역할 중에는 의료기기 혹은 신약 개발과 같은 의생명산업 투자, 의료자본의 해외진출, 해외환자 국내유치 등이 있다. 이런 분야에 대한 투자는 성공만 하면 대박이겠지만, 아쉽게도 장기간에 걸쳐 많은 비용이 요구되며 투자위험이 높다. 　

이상에서 보듯이 정부가 예시하는 MSO의 기능은 주로 진료를 중심으로 전후방 수직계열화에 있다. 작금의 국내 의료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미미한 수준을 고려할 때, 그 정도의 MSO 수준으로는 의료산업이 국가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거듭나기는 힘들 것 같다. 보다 획기적인 방안으로 (이왕 영리법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락할거라면) 병원이 투자하는 MSO 회사가 러브호텔이나 룸싸롱을 운영할 수는 없을까….

선 경 <고대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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