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상덕 대표

2000년 김대중정부가 의약분업문제를 들고 나온 후부터 의사들은 이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였다. 이에 비하여 의약분업 당사자인 약사들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움직임이 없는 듯 보였다. 　 의약분업 당시 약사들은 파업을 한 적도 없는 듯 하고 투쟁한다고 어느 장소에 모인 적도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의약분업을 재평가하라는 의료계의 현 외침이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이 문제에서 결코 승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약사회의 '정중동' 배워야

의료법 개정문제가 그러하고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또한 그러하다. 　

 과연 의사회와 약사회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선 목표의식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약사회는 뚜렷한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하나씩 점진적으로 목표를 향하여 나아간다. 비록 그들이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하여도 이를 이슈화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처음에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대국민 캐치 프레이즈로 그들은 처음의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러한 논리를 통하여 의약분업을 시도하였고 약사의 확고한 지위를 인정 받았으며 `경질환은 약국에서'라는 구호아래 가벼운 환자는 약국에서 처치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 하였으나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우회하여 `비급여 일반약'으로 목적달성을 이루었고 다음은 `성분명 처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약사들은 우선 순위를 알고 있다. 　 의약분업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놓은 다음 국민편의를 위하여 일반약을 쉽게 구입하기 위하여 약국을 이용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의사들은 어떠한가? 　 의약분업문제가 불거질 당시에 우리의 방향도 확실히 정하지도 못하였다. 　

단지 의약분업은 돈이 많이 들어 시행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등 며칠간만 파업을 하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리라는 말을 믿었다. 그러한 와중에 회원들의 노고는 더해만 갔다. 　

이제 우리는 목표를 정하여야 한다. 　 그것이 비록 이루어 지지 못한다 하더라도 계속 이슈화 시켜야 한다. 이제 더 이상의 회원들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투박한 싸움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된다. 　

의협은 복지부에서도 그러하고 국회로 부터도 기피 대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일반약 슈퍼판매 문제를 가지고 경실련과 약사회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약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흥미로운 일이다. 　 과연 의사회는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이를 헤쳐 나아가야 할까?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의사회는 과연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의사의 권익을 위하여 의사회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의사들의 목표는 국민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행함을 원칙으로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도와 법령의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일게다. 앞으로 의사협회는 상기의 목표를 위하여 점진적이고 부단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국민건강 수호 소명의식과 실천력

비록 장애가 있다 하여도 우회하여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정부의 의료계에 대한 간섭이 과연 상기의 목표에 합당한지 개정의료법과 정부가 시도하려는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이 상기의 목표에 합당한 것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단지 어느 이익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정부의 시도에 강력히 대항하여야 한다. 이러한 시도는 정부 또한 명분이 없어 강력히 밀어 부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의료계의 정책방향 역시 국민을 위한 최선의 진료와 이를 위한 제도 개선에 역점을 두고 방향을 잡아간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세부적인 면에서는 의사들의 권익을 위한 법률가나 그밖의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계의 목표설정과 이를 이루기위한 우선순위에 따른 실천력이 앞으로의 의료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객원논설위원〉

고상덕 <서울시 각구의사회장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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