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표 원장

지난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의사협회 주최로 상대가치 의료수가 국제 심포지엄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미국은 Medicare와 Medicaid에 포함된 환자에 대한 진료의 보상기준으로 자원기준 상대가치(Resource Based Relative Value Scale, RBRVS) 체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이를 1992년부터 현재까지 15년간 운용해 오면서, 그 동안 3차에 걸친 5개년 개편작업을 시행해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의료수가에 상대가치를 사용해 왔고 2003년 10월부터 2006년 말까지 전면개정 연구가 수행되었다. 의협, 심평원, 학회 등 참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구의 최종 결과는 많은 문제점과 불만요소를 내포하고 있어 이의 실제적인 적용은 연구 종료 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확실치 않은 형편이다. 이런 시점에서 미국의 앞선 성공과 실패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고 양국의 공통적인 또는 이질적인 문제와 이의 해결책을 토론하는 학술회의는 참석한 한미 양국의 보험관련 인사들에게 매우 뜻 깊고 유익한 기회가 되었다. 　

회의 1부의 강연자인 미국의사협회 상대가치개정위원회 의장과 사무국장은 상대가치 개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사들이고 Medicare와 Medicaid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심평원과 공단을 합친 기능을 하는 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CMS)의 담당자 또한 개정된 상대가치의 승인과 적용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정확하고 생동감 넘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도 의료의 다양성에 따른 자료의 신뢰성과 대표성 문제, 재정중립이라는 한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분야의 불만 표출 등, 우리가 겪고 있는 고민과 갈등을 그대로 경험해오고 있고, 전면개정에서도 많은 오류, 계획의 연기 및 수정을 거쳤다고 한다. 특히 미국에서 이번의 우리나라 전면개정에서도 사용된 임상전문가패널(CPEP)을 통한 bottom-up방식, 즉 진료행위 별로 투입된 자원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비용을 계산하는 방식을 1998년도에 진료비용 산출방식으로 시도했다가 자료의 신뢰성 문제와 넘쳐나는 반발로 결국은 적용을 포기한 과거는 현재 우리의 상황과 유사점이 많다. 그 후 방법론의 개선과, 수년에 걸쳐 누적된 자료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그 방식을 사용한 점수를 적용했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의사협회와 학회의 지원으로 상대가치개정위원회의 연간 예산이 70억원이나 되고, 이 개정위원회가 주도적으로 개정작업을 수행하며, 개정작업에 CMS가 상호 신뢰 하에 긴밀하게 참여함으로써, 결국 개정안의 95% 정도를 CMS가 승인한다는 미국의 상황은 우리로서는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의사의 업무량을 증가시키고, 특히 1차 진료 부분의 업무량을 상향조정하는 미의사협회의 정책적 의도를 CMS가 수용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신의료기술을 포함하는 의료행위의 정의와 분류는 미의사협회의 소관이며 이의 급여여부에만 CMS가 관여하는 점, 상대가치에 불만이 있는 분야의 이의를 재검토하는 기전이 상설화되어 있는 점 등은 우리도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보인다. 　

현재 상대가치 또는 의료수가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은 크게 보아서 외부적으로는 낮은 원가보상률, 위험도, 별도보상재료, 임의비급여 등의 문제이고 내부적으로는 과간 또는 행위간 형평성 문제로 정리해 볼 수 있다. 2부의 주제발표와 의료계, 심평원, 공단, 복지부의 패널토의를 통해 우리의 심각한 상황과 엄존하는 큰 입장 차이를 재확인 할 수 있었다. 　

회의 말미의 “한국에서 경험하는 분노와 좌절을 자기들도 겪었고, 꾸준하게 신뢰성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무엇보다도 형평성과 일관성 있는 과정을 유지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보다 나은 상대가치를 이룰 수 있다”, 또는 “양보를 통해서만 합의가 가능하다”라는 미국 참가자의 발언은 원론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나아갈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한다. 서로 간에 호의와 신뢰가 부족한 의료계 외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신뢰성 있는 자료를 구축하면서 끈질기게 개선을 추구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재정중립 한계 내에서 각과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과별 형평성 문제에서는 상대방 입장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절실하다. 　 끝으로 복잡한 상황과 선거로 어수선한 의협의 불충분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국제 심포지엄을 마무리한 의협과 상대가치개정위원회의 관계자들의 노고에 찬사와 감사를 드린다.

이원표 <노원 이원표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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