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삼 소장

시기가 시기니 만큼 다른 여러 현안보다 보건소장으로서 뿐 아니라 공공보건의료에 몸담은 회원의 자격으로 곧 선출될 새 대한의사협회 회장께 기대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싶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초중고 시절 반드시 가정환경조사가 매 학기초에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기억나는 것 중 부모의 직업이 반드시 들어가야 했는데, 자유업의 제일 상단에 항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허나 필자의 면허 번호가 30944로서 의사가 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한번도 자유인이었던 적은 없었고, 지금도 현재의 위치를 감안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근데 내가 보기에는 명목상 공무원이 아닌 대부분의 의사 선후배 및 동료들이 겉으로만 자유인이지 그 깊은 속은 전혀 자유업의 종사자가 아닌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우리 의사들의 희망과 기대 그리고 염려를 모두 안고 출범할 새 회장께서 당장의 현안도 챙겨야 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역사적이고 기본적인 상황부터 재점검하는 자세를 부탁드린다. 다분히 집단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현 상황에서 미봉책으로 또 다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당장 좀 화끈하지 못하다고 시달리더라도 10년 뒤에 의료계의 피해의식이 최소화되는 기틀을 잡아주기를 부탁드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만한 제안을 몇 가지 드리고 싶다. 　

먼저, 리더십 더 나아가 파트너십의 강화를 부탁드린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아마 지금은 통하기 어려울 듯이, 환자에 대한 근본적인 자세, 같이 일할 주위 의료계에 대한 자세, 관이나 언론 등 주위 유관기관에 대한 자세 등을 근본적으로 재점검을 하고 필요한 개혁을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보다 부드럽게 협력하고 포용하는 21세기형의 리더십이 필요할 것 같다.

의료계를 적대시 혹은 피해의식을 갖고 대하는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사들은 자기들끼리만 잘 지내고 주위를 무시하는, `저거끼리만 잘난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근데 그 분들의 경우 자기가 접촉해 본 의사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른 경우가 많다. “참 수고가 많더라, 너무 사람이 순수하더라, 저래서 사회 생활을 어떻게 하나” 할 정도로 평가가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꿈같은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건강보험수가를 의사들이 올려(현실화?)달라는 게 아니라, 지금 의료계를 공격하는 주위 단체나 인사들이 로비를 안해도, 자발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해 수고와 기여가 많은 의사들을 위해 수가 인상을 주장하도록 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건의한다. 　

둘째는 내부적으로 필요한 강력한 리더십이다. 옛부터 외유내강 이랬다고 위의 부드럽고 일관된 외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항일 것이다. 왜 오늘날 재선거를 치르게 되었는 가를 생각해 보면 두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은 어린아이조차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 일을 거울삼아 모든 회원 여러분이 자각하고 협력해야겠지만 결국 그 중심에는 새 회장의 리더십이 원동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못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할 것이고, 더 높은 목표를 위하여 자기 것을 버리는 모습도 필요할 때는 보일 수 있어야 하며, 내부의 치부(?)를 악용의 가능성이 있는 외부에의 노출도 자제하는 그 중심에 회장님의 리더십이 우뚝 서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관에 대한 자세의 획기적 변화를 주문하고 싶다. 여러 평가에도 불구하고 공공기능을 수행하는 관은 결국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으며, 국가의 근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물론 모든 국가 정책, 모든 정부 부처 및 지방 정부가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행정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고는 아마 대통령께서도 장담하지는 못할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듯 관 즉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의사가 환자에게 다 잘해주지 못하듯이 관이 일정 부분 그런 모습을 보여도 결국 관은 국민을 책임지는 국가인 것이다. 환자들을 잘 껴안으면 결국 국가를 껴 안 듯이 국가를 잘 껴안으면 결국 환자를 잘 껴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의약분업 문제로 시끄럽던 어느 해, `보건의 날' 행사에서 지사께서 인사말 중에 의사회장께 “우리도에서 의료계에 무얼 해주면 좋겠냐”고 어려운(?) 화두를 던진 적이 있다. 필자는 짧은 시간 도회장께서 어떤 말씀을 하실까? 혹 기대 이하의 말씀을 하시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을 했었다. 회장님은 인사말에서 “지사님! 도가 아니 도민이 우리 의사회에 바라는 것을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하셔서 이후의 다른 단체장의 기대 이하의 말들을 싹 잠재워 버렸다.〈객원논설위원〉

김진삼 <김해시 보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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