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소자 원장

법은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고 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모든 규범이다. 이 법을 제정하고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승복할 수 있는 보편타당성이 있어야 하고 예측이 가능하며 약자의 권익이 우선돼야 한다.

통치의 한 방편으로서 어느 날 갑자기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불쑥 제안하는 법은 상식에도 안 맞고 복종을 강요하지도 못한다.

지금 온 나라를 가마솥같이 달구는 의료법개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개정 후의 부작용은 전혀 생각지 않은, 말 그대로 국민건강을 지키는 의사 죽이기 또는 의사를 노예화하는 악법 그 자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사이 수많은 법률가나 의료계 석학들이 조목조목 그 부당성을 지적했으므로 이 난에서는 법 밑에 숨은 비열한 저의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싶다. 우선 법 제정의 의미가 국민의 의료비지출을 줄이고 공공의료성을 고양한다는데 상대적으로 의사 죽이기 법 같아 보인다.

간호진단에다 의사의 투약권 제한은 의사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면 의사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경실련 등 20여개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의 공공성과 건강보험 보장성강화를 위한 연대회의'(의료연대)는 얼마전 한술 더 떠서 `이 개정안이 환자의 권익보호보다는 병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의료계와 정부에 대한 양비론(兩非論)을 펼쳤다. 언론에 보도된 법안내용을 아무리 뜯어봐도 병원이 돈을 벌 구멍은 찾아보기 힘들고 의사 대 국민과 정부, 사회단체와의 1：3의 결투같이 보이고 의료계를 왕따 시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좌우간 한 두 가지만 훑어봐도 모순투성이인 이 법안을 왜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워 산적한 현안들이 쌓여있는 이때 제안했는지 그 저의를 묻고 없다.

정치가 현실문제는 눈과 귀를 막고 `언젠가 좋은 때가 온다'는 구호를 외치고 무지개를 잡을 수 있다는 황당한 희망을 갖게끔 하면 이 나라에는 장래가 없다. 가난해진 것은 야당과 국민 탓으로 돌려놓고 국민의 피부에 닿는 건강문제 해결책임은 의사에게만 있으니 그 의사들의 못된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법안제정을 한다면 할 말은 없다.

빈곤층에다 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는 신기루 같은 애드벌룬을 띄워놓고 잘 사는 의사가 자기권익만 지키기 위해 데모하고 휴진해 국민건강을 외면한다는 선동을 일삼는 사회주의식 법은 과연 `악법도 법'이니 따라야 하는지 소크라테스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잡으려고 해도 도저히 잡히지 않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여주며, 깃발을 들어 `저쪽이다. 아니 이쪽으로…'라며 국민을 혼란시켜놓고 표라는 노른자위를 싹 빼먹은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오리발을 내밀 때 국민들은 `내일이면 늦으리…'를 비로소 깨닫는다.

하향평준화식 분배정책을 무리하게 실천하다보면 가진 자를 매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나 이젠 그 과녁이 의료계를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의사가 가진 자인가? 이 결과로 얻는 것이 무엇인가. 권력자의 포고령 비슷한 시행령을 조문마다 줄줄이 달아 정부의 뜻대로 의료와 그 시혜자인 국민들을 마음대로 조종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 이 법의 요체다.

역사상 어느 권력자도 자기 뜻대로 국민을 영원히 압박한 경우가 없다. 권력은 시기의 한계가 있고 열흘 붉은 꽃은 없다. 더군다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짜깁기식 누더기입법을 강행, 시행된다고 해도 현재의 집권층은 해 저물 때에 서있다. 다음 대에 언제 뜯어고칠지도 모를 법을 용감하게 이 졸렬한 입법의지를 철회하라. 체면과 오기는 국가백년대계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흑인을 분칠해 백인을 만들려고 하지 말라. 당나귀 귀 떼고 XX떼면 당나귀일수 있는가. 복지부의 이성이 되찾아지길 바란다.

남소자 <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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