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삼 소장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그리고 누가 잘 못 풀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또 다시 의료법 개정 및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대다수의 회원은 관심이 적은지 모르겠지만, 실제 향후 파급될 영향은 의료법 개정 못지않을 것임) 등으로 황사로 괴로운 것 이상으로 보건의료계, 나아가 국민들 까지 피곤해질 것 같다.

지난주 방문건강관리사업에 대한 보건소장들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사업설명 및 교육에 참석하였다. 90년대 초부터 전단계의 사업 시행에서의 교훈을 거쳐, 제일 문제점이었던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전제로 내실 있는 사업이 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았다. 그럼에도 많은 소장들은 또 하나의 소화하기 힘든 숙제를 받은 기분이었고, 더러는 인력부족이라는 변명(?)도 하기 힘든 상황이 눈앞에 닥쳐온 것을 느끼고 상당히 난처해하는 반응도 보였다. 필자도 이전보다 `어떻게'에는 보강이 되었지만, `무엇을'에 너무 많은 것을 담고자 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부담을 느꼈다.

60년대 초기의 보건소 기능이었던 전염병 예방과 기생충 박멸부터, 세월의 변화에 따른 가족계획 및 모자보건의 보강 이후, 의료보험의 시행에 따른 진료의 확대 그리고 90년대 이후의 방문보건 및 건강증진을 중심으로 하는 수많은 새 사업의 보강 및 시행이 이루어져 오는 동안, 가족계획(?)사업처럼 완전히 정리되어 부담을 줄여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방문건강관리 사업에서도 장애인, 고령화, 만성병에다 저소득층 및 저출산까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것을 느꼈다(물론 상당 부분은 기 시행중인 사업들과 중복이 되지만).

요즘 아니 한참 전부터 유행중인 기업배우기(실제는 삼성배우기)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공부하면서 현재 우리가 처한 의료계 및 공공보건계와의 비교를 자주 해보곤 했다. 최고 CEO의 합리적인(?) 결정에 그 결과를 볼 때까지 일사불란한(불필요한 부문의 과감한 정리 등) 준비와 투자 그리고 집중력의 유지 등이 공공보건이나 우리 의료계의 현황과는 확연히 다른 것 같았다.

의료계는 가장 중요시해야 할 목표에 대한 합의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왜 가장 협조할 것 같은 아니 협조 해야만 하는 간호계나 환자 단체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걸까? 어쩌면 정부나 언론 시민단체 등과 대립하기 전에 보건의료계나 환자들부터 먼저 우군으로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아니 정의로운 방향에서의 의료계 내부 결속이 최우선 과제인데 엉뚱한데 헛심만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보건복지부는 SUV중에서도 높은 출력의 4륜구동도 오르기 힘든 산을 마티즈로 해결하려는 건 아닌지, 한번 억지로 올라갔다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 착각하는 건 아닌지….

인기 있는 마술사 이은결씨의 콘서트를 최근에 볼 기회가 있었다. 완벽한 준비, 완벽한 스피드 그리고 의심을 경탄으로 바꾸는 치밀한 진행이 의심(?)에 찬 관객을 그의 마니아로 만들고 또한 그를 세계적인 마술사로 우뚝 서게 한 것 같다. 이제 해군 입대를 앞둔 이 젊은 마술사가 가진 장점을 의료계는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몇이나 갖고 있을까?

저소득층 및 노인의 의료문제를 무료로 하면 다 해결이 될 줄 알았을까? 과소비에 대한 우려는 전혀 하지 못하였던 것일까? 더구나 일본 등의 앞선 나라들에서 이미 시행하였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드러나 보완 및 개선에 고민하는 것을 보고도 믿고 싶은 것 만 보려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주요 쟁점들이 부각될 때 마다 한번 제대로 해보자던 `의권 바로 세우기'는 얼마나 준비를 하고 지속적으로 추진을 하였는지,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고 있는지 매우 의문이 든다.

급할수록 어려울수록 기본과 원칙 그리고 성공사례에서의 벤치마킹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효율적인 목표달성을 위한 내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필요에 따라선 현 상황상 과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한 과감한 정리도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처한 어려운 환경에 대한 대처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을 감히 권해본다. 더불어 이 지면을 통해, 성과에 불문하고, 기댈 데가 없어 달려가 관심 및 도움을 요청했을 때,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에 의협에서 보여주셨던 발빠른 대응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김진삼 <김해시 보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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