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원장

현재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34년만에 전면 개정되는 의료법 개정안으로 인해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번 개정 의료법안은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입법의 형태로 입법예고 됐다. 의료법 개정안의 수립과정과 개정안중 주요 내용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시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 이해 당사자인 의협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도 않고 특히 공청회 개최를 통한 여론 수렴의 과정을 생략했다. 의사들의 권리를 빼앗는 개정시안을 졸속 마련한 절차상의 비민주적인 처사를 지적한다. 그로 인해 의료계와의 심각한 대결 국면을 초래한 보건복지부장관과 주무부서 국장, 실장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둘째, 개정 의료법 내용에 보건복지부장관과 현 정권의 실세들의 좌파적 시각과 판단이 너무 강하게 적용됨으로 인한 폐해를 지적한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좌파적 정책과 대중영합주의적인 정책을 양산했지만 대부분 실패한 정책으로 결론 났다. 남미의 예를 보더라도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러한 좌파적이고 대중영합주의적인 정책이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그러한 좌파적인 시각과 판단을 국민적 반대 여론도 무시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 유지에 가장 밀접한 정책인 의료정책에 보건복지부장관이 기를 쓰고 적용시키려고 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 보호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위험한 처사다.

이번 개정안의 내용에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내용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주요한 내용들은 의사의 진료권의 일부를 간호사나 약사 그리고 유사의료업자들에게 넘겨 주게 하는 내용들이다. 소위 `간호 진단'과 `교육 및 상담,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 및 운영'을 간호사의 업무에 포함시킨 점, 그리고 `의사의 진료 행위에서 투약 행위를 삭제'한 것과 `유사의료행위를 합법화하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개정안 내용들이야말로 전형적인 좌파적이고 대중영합주의적인 사고의 발현이다.

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행위인 것이고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의료가 최대로 효율적으로 순기능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환자의 진료에 대해 어느 직업군보다도 전문적인 교육를 받은 의사는 환자에 대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 환자의 간호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과 실습을 받은 간호사는 의사의 진료가 최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에 대한 간호와 주사 행위 등을 하며 상호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좌파적인 시각과 판단을 적용하여 의사를 강자로, 간호사를 약자로 이분법적으로 구분, 평등주의에 입각해 강자인 의사로부터 기득권의 일부를 빼앗아 약자인 간호사에게 줘야한다는 사고. 약사, 심지어는 유사의료업자들에 대해서 마찬가지의 좌파적 시각과 판단을 적용하여 의사들의 권리의 일부를 그들에게 주어야 된다는 좌파적 개념의 내용은 의료의 효율성을 파괴하고 질이 떨어지는 진료에 국민들을 무방비로 노출시키도록 방조하는 것에 다름이 없다.

의사들이 아는 의료에 관한 지식과 의사들이 받은 수련에 비해 그 양과 질이 절대적으로 떨어지는 간호사들이 환자에 대해 자기 스스로 의학적인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한다는 것은 운전면허증도 없는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의약분업 투쟁시부터 약사들의 편을 들어주었던 보건복지부가 `투약'과 `문진, 시진 촉진 등의 구체적 진찰 행위'를 법령에서 삭제해도 의사들의 투약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궤변을 늘어놓지만 이미 중립적이지도 못하며 현재 부분적으로 행해지는 약사들의 의약분업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대처밖에는 하지 않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말을 믿을 의사는 아무도 없다. 만약 약사들이 투약을 자신들의 고유 업무라고 주장하여 일부 예외적인 과에서 행해지는 의사들의 투약 행위를 범법 행위로 고소하고 문진, 시진을 통한 불법의료 행위를 하게 된다면 그때 보건복지부가 그것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 줄 것인가? 또한 기본적인 해부학, 감염학과 같은 필수 의료 지식도 없는 유사의료업자가 피부미용, 카이로프랙틱, 반영구문신 등의 의료행위를 하도록 합법화해주는 것이 과연 국민 건강을 위한 올바른 일인가?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국민 피해에 대해서도 또 보건복지부가 책임질 것인가?

이러한 초보적인 질문에 대해 현 정부 실세들과 보건복지부장관은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의협도 국민들에게 그 부당성을 널리 홍보해야 한다. 전문적인 의료 지식을 보유하기 위해 의사들은 최소한 6년간의 고된 의과대학 교육과 그 뒤의 인턴, 레지던트를 포함한 전문적인 임상교육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제대로 된 임상교육을 받은 의사가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데 가장 적임자이지 않은가.

현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하루빨리 평등주의의 좌파적인 이념의 수렁과 지지표를 의식한 대중영합주의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의료계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렴하여 의사들의 권리를 빼앗아 다른 직종에게 줌으로써 국민에게 피해가는 일을 중지하라. 대신 세계화라는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의료발전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많은 의료규제를 폐지하는 올바른 의료법 개정을 이루어 진정으로 국민 건강의 향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김경수 <부산 김경수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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