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소자 원장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평등사회주의식 정책은 이룰 수 없는 유토피아적 환상인가.

이 이상향을 향한 정책은 인류 역사이래 세계 각국 이상주의자들에 의해 수없이 외쳐지고 실시되었지만 그 밑에 숨은 함정을 보지 못해 부작용이 노출되고 성공사례는 거의 없다. 인간이 머리로 생각해낸 이상은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이기심의 호응을 얻지 못해 와해직전에 있다.

평등사회주의 성공사례 거의 없어

개인의 잘못이나 능력은 묻어두고 인권천부설에만 의존한 과격한 공산주의는 인권도 말살하고 성립 72년 만에 사라지고 온건한 사회복지 정책을 펴고 있는 스웨덴 등 북구 3국은 가중된 재정압박으로 정책수행기로에 서있다는 외신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가진 자의 세금을 너무 올려 세금도피성 망명자까지 나오고 실업수당을 타기위해 구태여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져 있는 것이 그 나라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사회주의식 만민평등정책을 건강보험제도에 적용시킨 대표적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다.

모든 의료시설을 국가에서 관장, 환자를 무료치료해 주는 것까지는 좋은데 가장 응급한 환자가 순번이 밀려 간단한 응급처치도 못 받고 죽는 사람이 매년 수만 명이나 된다는 기막힌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토픽 같은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독자가 인터넷으로 올린 글을 신문에서 받은 모양인데 제발 사실 그대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보도대로라면 이 나라에는 응급의 의미가 없다. 금방 숨이 넘어가는 심장발작 환자나 뇌졸중환자도 단순한 감기환자의 순번에 밀려 손 한번 쓰지 못하고 죽는 판이란다. 설사와 구토환자가 예약이 밀려 이틀 후에 오라든지 앞니 때문에 떨어져 이빨이 시려 치과에 간 환자가 2주일 뒤에나 오라는 통보를 받은 것은 과연 건강보험제도의 취지가 어디에 있는지 의심스럽다.

의사가 돈을 많이 주는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수준 낮은 제 2세계에서 온 의사가 그 빈자리를 메운다니 의료수준이 말이 아닐 것이란 짐작이 간다.

이런 사정은 캐나다도 비슷한 모양이다. 개인수입의 최고 48%가 세금으로 나가지만 국가는 재원조달에 애를 먹으니 의료 질이 낮고 시설이 부족, 많은 환자는 이웃 미국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결점투성이 선진국 건강보험제도를 보니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닮으려 하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

의료정책뿐 아니라 집권여당 중진이 `지난 몇 년간의 실험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한 일이 있는데 국가를 실험도구로 삼았다니 어이가 없고 모든 정책이 뒷받침되는 재원조달엔 관심 없이 불쑥 발표만 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아파트 몇백만 호 짓겠다고 발표해 놓고 뒤늦게 입지선정이 안되어 있어 갈팡질팡 하는 등 문제점이 노출돼도 국민이 그 발표를 잊기만 바라는 꼴이다.

행정편의주의 법령으로 속박말아야

독도 꼭대기에 아파트를 지어놓으면 그곳에 가서 살 사람이 있겠는가. 또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임신부터 출산까지 국가책임'이라는 정책도 2010년까지 조달한다는 4조원이란 재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겨우 담뱃값 올리기, 거의 파산상태의 건강보험료에서 빼온다는 식인데 노인건강증진허브보건소 단계적 확대, 노인영양 개선을 위한 영양지원 사업실시, 가정간호 서비스 무상제공 등 무지개 같은 청사진만 펼쳐놓았지 구체적인 해결방안도 없고, 정책입안자가 몇 십 년이나 그 자리에서 확인 체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의료법 개정안을 내놓고 법률에 규정할 사항을 시행령에 몽땅 위임한데다 법 자체가 너무 애매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행정편의 주의적 법령으로 의사들 손발을 묶어놓고 있다.

이제 의사들을 그만 속박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신기루 같은 환상정책 그만 펼치고 국가와 국민을 생각 않는 인기주의정책은 곧 국민의 피해로 돌아올 부메랑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하는 슬기를 가지자.

남소자 <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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