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광호 교수

우리나라에 여자의사들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요즘 별로 색다른 화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여학생 비율이 눈에 띠게 늘어난 것이 벌써 10년도 더 지난 1990년대 초부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지금 이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이런 변화에 대한 우리 의료계나 국가 사회 수준의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아직 상식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004년 말 대한의사협회가 조사해서 발표한 의사협회 회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우리나라 의사는 약 8만5000명 정도이고 이중 80.4%인 6만8000여 명이 의사협회에 신고한 상태인데 이들 가운데 18.7%가 여자의사로 되어있다.

여의사 비율 18.7%…계속 증가 추세

그러나 연령이 낮아질수록 여의사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즉, 30대 의사 중에 여의사 비율은 22.3%이고 20대가 되면 이 비율이 무려 32.6%나 되고 있다. 지금 매년 의과대학 신입생 중 여학생 비율이 평균 40%를 넘어 절반 수준까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멀지 않아 우리나라에 여의시대(?)가 올 것을 예상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현상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세계 의학연구와 보건의료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세계 많은 나라의 모델국가이기도 한 미국의 경우 또한 최근 미국의사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30년에는 미국 전체 의사 가운데 여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역시 1980년대 이후 의과대학을 지망하는 여학생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일찍 여의사 비율이 늘어나기 시작한 미국의 경우 이미 많은 젊은층 여의사들이 임상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의학연구와 보건의료 행정 분야, 그리고 대학에 많이 진출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더 두드러질 것이 확실하다.

주목 할 일은, 우리나라보다 여의사 비율 증가가 더딘 미국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변화가 여자의사들 개인생활에는 물론 의료계나 사회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 왔으며 이런 연구 활동을 통해 여자의사들의 사회적 역할과 여자의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해 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요즘 미국의 많은 학술지에는 `의학의 여성화(feminization of medicine)'라는 말이 자주 거론되고 있으며 이런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 부정적 현상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가 발표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결과 가운데는 최소한 환자진료 활동에 있어서 대체로 여자의사들이 남자의사들과 다른 몇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즉, 여자의사들이 선호하는 임상과목이 대체로 일차의료에 속하는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정신과 그리고 가정의학과라는 것과 여자의사들이 남자의사들보다 환자와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월등 뛰어나고 환자진료를 위한 시간도 길며 따라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남자의사들에서 보다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이다.

가정의학과 시간제 근무 선호

그러나 가정생활과 환자진료를 함께 해야 하는 여의사들의 경우 점차 전일제 근무보다는 시간제 근무를 선호해서 이미 33% 정도의 여의사가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의학연구나 전체 국민의료 수행체계에 적잖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 보다 빠른 속도록 여의사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이런 여의사 비율증가와 이로 인한 의학의 여성화에 대비한 본격적인 연구와 정책적 배려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계가 자체 연구팀을 구성해서 여의사 증가에 따른 여러 가지 개인적, 가정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연구 검토하는 일을 시작해야 하고, 장차 우리나라 국민건강을 위한 보건의료 사업에 있어서 여의사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 조성 노력도 해 가야 할 것이다.

맹광호 <가톨릭의대 교수>

의사신문  webmaster@doctorstimes.com

<저작권자 © 의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