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진 이사

최근 단신뉴스 한 토막을 접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USA투데이와 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직업에 대한 신뢰도조사 결과를 다룬 기사였다. 사실 이 기사는 매년 보도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낯이 익은 소재의 기사였다.

매년 결과가 그리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올해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사의 신뢰도가 가장 높았고, 보건의료계 대부분이 가장 높은 쪽을 점령(?)했단다.

직능간 불협화음 신뢰도 하락 부채질 같은 주제로 몇 해 전에 프랑스에서도 직업 신뢰도에 대한 조사가 있었는데 그 결과도 보건의료계 직종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으로 발표된 바도 있다.

아무튼 이번 조사결과가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조사된 결과이지만 기분 좋은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만일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종류의 설문을 실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마도 미국과 유럽에서 조사된 결과만큼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 것이다. 내 생각만일지는 모르지만 93년 한약분쟁부터 최근 의료기기 사용으로 직능단체간의 분쟁은 보건의료계를 국민들로 하여금 그리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할 근거를 만들어 주지 못했다고 스스로 생각해 본다.

그런데 슬픈 현실은 어느 분야보다도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보건의료분야이기에 그 답답함이 더하다.

국민들은 의사든 약사든 상대적으로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전문성에서 기인한다 할 것이다. 물론 의사, 약사뿐만이 아니라 전문성이 전제된 직역에 대해 그런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누구는 전문직역 종사자에 대한 윤리교육 강화를 일찍부터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본다.

여하튼 보건의료계는 과거에 독점적 권한과 지위를 통해 환자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어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보건의료계의 상황을 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을 정도이다. 한약분쟁과 의약분업에 이어 의료기기사용에 대한 직능간 분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생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독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등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 서로간의 해결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각 단체의 수장들께서 그러한 생각에 공감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러한 결실의 모습이 보도를 통해 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같이 인터넷의 발달과 보급을 통해 웬만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비밀이 없다. 따라서 특정 분야에 대한 비밀은 거의 없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보는 보건의료계의 신뢰도는 개인별 차이가 조금은 있을지 몰라도 어떤 틀 안에 설정될 것이고 이는 미국사례에서 보듯이 거의 한 무리로 뭉쳐질 것이다.

결국 보건의료인들의 신뢰는 어느 한 직능만이 높고 낮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같이 평가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한 상호 분쟁은 특정 직능에 대한 폄훼가 아니라 보건의료 전 분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일임을 서로 알아야 할 것이다.

대국민 신뢰는 개인의 노력에서 시작 보건의료계 업무가 면허라는 제도를 통해 배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일반 국민과의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이다 보니 보건의료인 개개인에 대한 환자들의 평가가 쉽게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전체 직능에 대한 평가로 연결된다. 이런 이유로 평가에 따른 신뢰도가 보건의료인에 대한 평가가 조금의 노력으로도 상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결국 보건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개인의 노력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신뢰는 어떠한 물질적 보상을 해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지난 과거의 사례에서 많은 경험을 얻었다. 이제 직역간 서로를 험하지 말고 전체 보건의료계의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새해에는 기대해 본다.

김병진 <대한약사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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