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소자 원장

도둑이 들어도 짖지 않은 개띠해 병술년이 가고 600년 만에 한번 온다는 황금돼지해 정해년의 새아침이 밝았다.

해는 또다시 뜨건만 지겹게 되풀이되는 일상생활에 큰 획을 그어주는 새해엔 온 세상 사람들이 뭔가 이루어질듯 한 희망에 차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자기만족의 마음을 갖게 한다.

희망찬 새꿈 꿀 수 있는 의료환경 기대

지난 한해는 엄청난 말 폭탄, 세금폭탄을 비롯하여, 의료계에 수없이 떨어진 악법과 규제폭탄에 시달린 한 해였다.

경영이 안 돼 병원 문 닫은 곳이 수두룩하고 심지어 빚에 쪼들려 자살한 의사까지 나왔다.

의료계종사자들을 무조건 가진 자로 보고 의료수가 낮추기, 세금 올리기를 하다못해 의료비내역 제출, 진료사실여부 확인, 처방을 잘못 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처방에 대한 응대부족이면 벌금을 물린다는 등등 수없이 많은 법과 규제로 의사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으려 했다.

그중에는 하도 말 같지않은 의료관련 법령이라 시행유보까지 된 법률이 있으니 정책당국자들이 얼마나 의료인들을 공공의 적으로 돌리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법으로 인간행위 모두를 규제하지 못한다는 건 상식이다. 법 이전에 윤리와 상식이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법 만능주의자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법으로써 통제 일변도로 나가겠다는 사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부작용이 있었음을 익히 알면서도 그 의식의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나아가 그 혜택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때를 가장 큰 덕목으로 친다. `해 뜨면 일 나가고 해 지면 집에 와 쉬며 나물 먹고 물마시니 임금의 은혜는 어디 있는가'라고 물을 때가 태평성세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모든 것이 거꾸로다. 가진 자와 안가진자를 구별하고 그 사이에 증오심을 심어주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사회주의식 이론으로 국민생활을 하향평준화 시키려고 한다.

1년 내내 부동산 잡는다고 서민들 주택난을 가중시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부동산정책 실패 아니면 꿀릴 것이 없다'고 공언하고 나선 시대다.

결과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두드러져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여당은 안가진 자를 부추겨 포퓰리즘으로 정권유지만을 꾀하고 있다. 없는 사람을 돕자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도움이 강제성을 보여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잘 살자는 이론은 인간이 생각해낸 가장 훌륭하고 논리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 이론이 머리에서만 나오고 가슴이 비었을 때 참된 결과를 낳을 수는 없다. 현실은 그런 정책이 잘 안될 때 정책입안자들은 은혜를 베푸는 층의 약점과 비리를 들추어내 도움 받는 자들의 증오심을 키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가장 대표적인 계층갈등이 의사와 환자사이의 갈등이다. 그 사이를 교묘히 비집고 들어가 선동하고 전쟁하듯 정책실행을 밀어 붙이면 치료해주는 의사는 매도당한다.

전쟁이라는 승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이긴 자의 피해도 너무 크면 이겼다고 할 수 없다.

'위기의 의료계' 더 이상 규제 말아야

이제 아픈 자와 없는 자를 가슴으로 동정하며 치료해 주는 분위기를 만들 때다. 의사를 범죄자로 보고 감시하며 수입 제한만 하고 수혜자를 너무 광범위하게 만들어 재정이 바닥나면 세금이나 올리는 악순환을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 시대에 알맞은 정책을 세우고 차차 개선하는 슬기를 가져주기를 바란다. 일과 책임, 인간으로서의 과오는 의사에게 떠넘기고 생색은 공단과 국세청이 내는 모순은 올해에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사를 두드리면 그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올해는 의료계 규제 그만하자. 

남소자 <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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