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처리업자가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을 때 지정폐기물 처분업자에게 맡길 수 있게 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된 데 대해 의료계가 환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지난 10일 의료폐기물 처리업자가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을 때 지정폐기물 처분업자에게 맡길 수 있게 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 의원은 "만약, 의료폐기물 처분업체의 소각시설에 고장이 발생하고 다른 처분업체 소각시설에서도 의료폐기물을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의료폐기물이 방치되는 큰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폐기물 중간처분을 업으로 하는 자의 시설·장비 또는 사업장의 부족으로 의료폐기물의 원활한 처분이 어려워 국민건강 및 환경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환경부장관은 환경오염이나 인체 위해도가 낮은 의료폐기물에 한정해서 이를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정폐기물 중간처분을 업으로 하는 자에게 처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폐기물의 안정적인 처리를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전라남도의사회는 “현재 지정폐기물 중간처분 업체(69곳)에 비상상황에서만 처분을 허용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며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의사회는 “정부는 급증하는 의료폐기물 양에 맞추어 13개뿐인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필요 시 정부가 직접 관리하며, 복잡한 현재의 의료폐기물 분류기준을 통합·단순화하여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전술했듯이 요양병원의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분류하는 등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한다”며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남의사회는 “현 의료폐기물 사태에 대해 국회에서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며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이후 과정에 적극 의료계의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의료폐기물 수집업체에서 의료폐기물의 수거를 거부하면서 의료계에서 의료폐기물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체 측에서 처리량 초과를 이유로 수거를 거부하고 수거비 인상을 요구한 것.

특히 요양병원들은 기존에 비해 4-6배 이상의 의료폐기물 수거비 인상을 감내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이러한 독과점의 폐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폐기물은 '폐기물관리법'상 지정폐기물로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소'를 통해 수거되어 '의료폐기물 중간처리업소'에서 소각, 재활용 등의 방법(소각이 92.4%)을 통해 처리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의료폐기물은 2008년 82,643톤에서 2016년에는 221,592톤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며, 의료폐기물 중에선 일반의료폐기물이 163,000톤(약 79%)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요양병원에서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는 기저귀가 일반의료폐기물에 해당한다. 실제로 의료폐기물 소각 처리시설은 현재 전국 13곳에 불과하여 급증하는 의료폐기물 처리가 한계(2017년 기준 소각시설마다 '허가받은 처리용량 기준'의 115%를 처리)에 다다르고 있으나, 의료폐기물 소각 처리시설은 지자체나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설치를 극렬하게 반대하는 님비(NIMBY)현상으로 인해 증설이나 신규 설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여, 환경부는 2017년 7월 19일 기저귀 등 일반의료폐기물을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분류하는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지침'을 발표했고, 이어 노인요양시설에서 발생된 일회용 기저귀 중 설사, 구토, 혈변 등 감염병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 등에서 발생되는 일회용 기저귀가 아닌 경우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입법예고, 2018년 12월 18일 시행했다.

또한 환경부는 2020년까지 의료폐기물 사용량을 2017년 대비 20%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의료폐기물 업체들에 대한 압박을 시행하고 있고, 이에 업체들은 의료폐기물 수거를 거부하고 처리 비용을 인상하면서 의료계에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이다.

전라남도의사회는 “감염 위험이 높지 않은 노인요양병원에 환경부가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지침'을 발표해 의료폐기물 대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1400여 요양병원에 감염병환자는 입원이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양원에만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뺀 것은 법적인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 일각에서는 기저귀만 일반폐기물로 분류해도 의료폐기물이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어서, 의료계는 요양병원 등에서 배출되는 감염 가능성이 낮은 기저귀와 같은 폐기물을 일반폐기물로 분류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이다.

전남의사회는 “환경보호라는 차원에서 환경부에서 의료폐기물을 담당하고 있으나, 위생 및 감염관리 등의 문제로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의료기관의 특성과 국민건강에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보건복지부 및 의료계와의 밀접한 협력을 통해 현실에 맞는 정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준열 기자  junjunjun2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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