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직원에 특별사법경찰권(이하·특사경)을 부여해 사무장 병원을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이 발의돼 의료계의 우려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현재도 의사가 자살을 선택할 정도로 공단의 강압적인 현지 실사가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특사경까지 부여하면 공단의 과도한 공권력 남용, 실적의욕 등으로 인해 의료인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등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공단) 직원들이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내용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라남도의사회(회장·이필수)는 “현재도 공단의 강압적인 현지조사 등 실사로 인해 의료인의 자살, 아니 행정 살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압적 방문 확인과 무리한 자료제출 및 범죄자 취급하며 조사하는 점 등의 문제로 의료인들은 심각한 정신적 압박과 부담감에 괴로워한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측면은 사전계도와 서면보고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현재 공단의 현지확인 제도는 계도가 아닌 단속, 처벌 목적이 강한 실정인데 여기에 수사권한까지 추가된다면 초법적인 조사권한의 부여로 인해 공단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게 될 것이며, 행정조사권과 수사권의 자의적 편의적 운용의 개연성도 있다는 것.

또 이로 인해 공권력 남용, 과도한 실적의욕 등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로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며 의사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남의사회는 “사무장 병원으로 인해 의사들도 많은 피해를 보고 있으며, 이들이 의료시장의 건전성 및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는 동의하며 철저하게 조사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무장병원이 양성된 것은 정부와 공단의 조사권한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며, 의료기관 개설 당시 불법 개설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일자리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의료생협 등 비정상적인 유형의 불법개설 의료기관이 생기도록 허술한 법과 제도를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복지부 특사경으로는 인력운영상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적은 인력으로도 사무장 병원을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기관과 대등한 지위에서 수가계약을 해야 할 당사자인 공단이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상시 감시,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전남의사회는 “공급자인 수가계약의 당사자인 공단의 실사권은 보건복지부 실사와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이를 통합하거나 철폐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특사경 권한을 주려는 것은 사무장병원뿐만이 아니라 전 의료기관으로 이를 확대해 의료계를 압박하고 길들이려 하는 건 아닌가”라고 법안 발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료공급자나 소비자가 의료보험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하나의 공보험으로 제도를 끌고 가다 보니, 정부가 보험자 역할을 넘어서 거대 권력을 가지게 되었고, 건강보험 재정에 있어서 누수의 책임을 공급자에게만 돌렸다는 지적이다.

전남의사회는 법안 발의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며 “만약 정부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할 경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거부와 공단 해체 등 강력한 투쟁을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배준열 기자  junjunjun2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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