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에 대한 뜨거운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설립 대신 공공보건의료영역에 기여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료계의 입장과 더불어, 의료 취약지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기 위해 공공의대가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는 ‘공공의대 설립 범 대책위원회’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다.

아울러 남원을 지역구로 하는 이용호 무소속 의원과 의사 출신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의 입장차이도 극명하게 갈려 이목이 쏠렸다.    

박인숙‧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바람직한 공공의료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26일 오후 1시30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 반대 “의전원 설립 대신 민간의료기관 지원부터”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대집 의협 회장은 공공의료인력 양성과 공공의료 기반 확충이나 의료취약지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확대 등에는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이미 공공의료에 기여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공공보건의료 영역 서비스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대집 회장은 “우리협회는 공공의료인력 양성과 공공보건의료 발전을 통한 공공의료 기반 확충이나 의료취약지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확대 등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민간의료기관에서 필수예방접종, 만성질환관리, 금연교육 관리 및 대응 등 공공보건의료영역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 정부에서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실효성조차 의심받고 있는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서둘러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이미 공공의료에 기여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같은 맥락으로 정부가 일차의료 치료와 민간의료기관과의 파트너십을 외면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강석훈 한국의대의전원협회 전문위원(강원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정부는 의료계에서 일차의료가 취약한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민간의료기관과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거부하고 있다”며 “기존 공공의료기관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일차의료 강화의 목적을 감당하기 위해 90%에 달하는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하는 방향성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경화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공공의전원 설립의 대안으로 △기존 의료자원의 활용 △비용 대비 편익을 고려한 근거기반 의료정책 수립 △거버넌스 구축 등을 꼽았다.

서경화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서경화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제퍼슨의대에서 개발한 프로그램 사례를 보면 시골지역에서 성장한 의대 지원자, 의료취약지 내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진료를 수행할 의도가 있는 지원자를 선택적으로 선발해 미국 전역 의대에서 재정지원을 통해 시골의사들을 배출했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 기존 의대를 활용한 해결책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과대학 정년퇴직 교수들이 퇴직 후 대부분 재취업하고 있다”며 “건강수명 향상으로 건강한 상태로 지내는 퇴직의사도 많기 때문에 이 같은 유휴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의료기관의 공공보건의료 역할 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으로 의료계에 대한 규제 대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민간의료기관의 보건의료 공공부문에 대한 기여도와 역할을 국가가 충분히 인지·인정하고 자발적인 민관의료기관 참여 확대를 위한 전략적 유인책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건세 건국대 의전원 예방의학과 교수

지역에서 믿고 치료받을 수 있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육성하는 방안도 제언됐다.

이건세 건국대 의전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역 내 필수중증 환자에 대한 응급 및 급성기 진료, 권역-지역-기초로 이어지는 전달체계의 허브 역할을 하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권역의 상급병원에서 퇴원한 환자의 재활, 회복기 서비스 제공, 지속적 건강관리를 위한 지역사회 연계 기능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책임의료기관을 확대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응급 및 급성기 진료, 수술, 처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찬성 “공공의대 설립, 실패 제도 재현 아니야”

반면 이날 토론회에는 ‘국립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위한 범 대책위원회’가 참석해 공공의전원의 설립 찬성입장을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의료계에서는 공공의대 설립이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실패와 서남대의 폐교사례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공공의대는 기존의 민간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며 기존의대와 차별화되는 점이 분명히 존재해 학생 모집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원지역에 설립될 공공의대는 서남대 폐교지역에 전북지역 의학대학 TO를 활용해 설립되는 것으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 것도 아니다”라고 밝히며 “의료의 공공성을 주장하면서 의료계가 공공영역과 산업화 영역을 함께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해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난을 이어갔다.

대책위 관계자는 “공공보건사업이 수익성이 낮고 의료분야 연구개발이 오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은 그간 민간에 맡겼지만 제대로 양성되지 못한 공공의료정책 수행 인력을 직접 양성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계는 정부 정책을 활용해 국가와 함께 공공보건의료 발전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할 정책을 취사, 선택해 정부 비판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언급했다. 

■ 국회의원들 찬반입장 차이도 ‘뚜렷’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공의전원 설립을 둘러싼 국회의원들의 입장도 대비됐다.

오랫동안 의료인으로써 경험을 갖고 있는 박인숙 의원은 공공의전원 설립이 완전히 잘못된 정책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도 의대 숫자가 너무 많은데 제대로 된 교육을 담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의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비용대비 효과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박인숙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의과대학이 우후죽순 생겼다. 현재도 의대가 너무 많고 M&A를 통해 통합돼야 한다고 보는데 더 의대를 설립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

박 의원은 “공공의료와 일반의료의 차이점이 없고 현재 모든 의료는 공공의료로 명명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며 “의료인력 수급을 위해 현실적으로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굳이 왜 공공의대를 설립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수천억을 들여 의대가 설립되고 의료인이 현장에 투입되려면 13년이 필요하다. 의대가 생긴다고 의료서비스가 갑자기 발전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원을 지역구로 하는 이용호 의원은 모든 정책에는 명암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많은 논의를 통해 암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을 간구하고 긍정적 요소는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호 의원은 “박인숙 의원님은 의사로 오래 계셔 이번 정책에 대해 걱정 많은 것 같다”며 “그러나 모든 정책에는 양면이 있고 명암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같은 토론회를 통해 정책의 암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은 아니지만 남원 지역의 공공의전원 설립이 현실적인 차선이 된다고 본다. 정부가 의료계의 우려를 적절히 보완한 대책을 수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복지부, 반대 입장에 조목조목 반박

이에 대해 복지부는 공공의전원 반대 입장들에 조목조목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정준섭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우선 반대 입장 중 대표적인 것이 기존의과대학을 활용하는 방안인데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적극 찬성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역에 흩어져 있는 국립 의과대학들을 보면 지역 공공의료를 선도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우수한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지역 사회 내에서 해야 할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즉 기존 지방 의과대학들이 지역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아 왔기 때문에 국립공공의대 설립이 불가피 했다는 입장인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이 낭비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준섭 복지부 공공의료과장

정 과장은 “현재 교수인력 확보, 대학병원 설립에 예산이 적지 않게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다. 의대교수가 적어도 113명이 채용돼야 하고 의대설립에도 병상 당 5억 이상이 들기 때문이다”라며 “의과대학 건축비로는 240억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교수 인건비 및 부속병원 건립, 운영비 등에 돈이 많이 든다. 현재까지 확정된 예산이 7000억 가까이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가가 꼭 필요로 하는 공공의료 인력 교육과 병원 역할을 맡기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천문학적 예산이 낭비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49명의 의료 인력으로 모든 공공의료의 부족을 매울 수 없다는 효율 부문의 지적에 대해서는 해당 인원들이 선도적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준섭 과장은 “일각에서 49명의 인원으로 어떻게 공공의료의 부족을 해소하느냐. 혹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며 “그러나 해당 인원들은 의료 취약지역의 공공의료를 선도하는 핵심 인력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이후 지방 의료원 인력 처우 개선 등 다양한 추가 사업들을 진행해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경대 기자  hablack91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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