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열린 제18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고도비만환자에게 치료적 목적으로 시행하는 위 절제술·우회술 등 각종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의결했다.

대상은 체질량지수(BMI) 35kg/m2 이상 또는 30kg/m2 이상이면서 동반질환(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는 환자의 경우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고도비만 환자들은 종전 1000만원이 넘는 수술비의 20%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이번 건정심 의결에 대해 고려대병원 박성수 비만대사센터장(위장관외과 교수)은 13일 기자와 만나 “매우 획기적 발상”이라며 “그동안 고도비만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비만수술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비만대사외과학회가 기울였던 노력들이 빛을 발한 것 같다”고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원래 고도비만 수술은 3-4년 전 건정심 통과 직전까지 갔었는데 ‘신해철 사망 사건’ 이후 역풍을 맞아 비만수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사회적으로 퍼져 무산되었다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체질량지수 30kg/m2 이상 환자까지 동반질환이 있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체질량지수가 40kg/m2 이상이 돼야 고도비만으로 수술 대상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보다 기준이 5kg/m2 낮아진 것은 한국인 및 아시아인 비만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며 “한국인들의 비만도가 서구국가들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뇨나 고혈압 등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률은 오히려 더 높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런 점에서 체질량지수 30kg/m2 이상이면서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며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유럽 국가의 경우도 재정문제 때문에 비만수술 급여화 기준을 설정할 때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이보다 앞선 조치를 했다”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결정은 비만을 비만 자체가 아닌 비만으로 유발되는 각종 대사질환의 관점에서 내린 결정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비만을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한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이번 급여화를 계기로 BMI 수치가 35kg/m2 이상인 고도비만환자들은 운동과 식이요법, 각종 내과적 치료를 통해 체중 감량 효과를 지속적으로 거두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의료기관에서 비만상담 시 수술적 치료까지 꼭 염두에 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배준열 기자  junjunjun2015@naver.com

<저작권자 © 의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