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양호’ 교사라 불렸던 ‘보건’ 교사를 대폭 증원한다는 소식에 간호대학 졸업예정자는 물론 현직 간호사들까지 대폭 ‘공시판(공무원시험)’으로 몰리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는 공무원을 매년 증원한다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지난 8월 28일 발표한 2019년 예산안에서 내년도 공무원을 지난 1990년 노태우 정부 당시 3만6775명을 증원한 이후 29년 만에 최대 규모인 3만6000명으로 증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아 오는 11월 1일부터 국회에서 심사에 들어간다.

특히 보건 직렬 교원 임용 규모는 지난해 299명에서 올해 584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 5년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 4천 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인데 교사의 경우도 증원할 계획이다.

과거 양호교사로 불렸던 보건교사는 초·중등학교에서 보건교육을 담당하며 보건관리를 책임지는 교사를 말한다. 법적 근거인 학교보건법에 따라 모든 학교는 보건교육과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두어야 한다.

공립학교 보건교사 역시 다른 일반 공립학교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국가로부터 공무원 신분을 보장받아 높은 직업 안정성을 자랑하는 교육공무원이다.

지난 2013년 12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일정 교육경력 등을 갖춘 보건교사(1급, 2급)도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실제로 교감도 탄생했다. 지난 9월 1일자로 대구 덕화중학교 교감으로 발령받은 송회옥 보건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보건교사는 대학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한 간호사 면허증 소지자만 지원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보건교사 채용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간호대학 졸업 예정자는 물론 현직 간호사들까지 임용고시를 대거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오는 11월 24일에 ‘2019학년도 공립 중등학교 교사, 특수(중등)·보건·영양·사서·전문상담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1차 시험이 실시될 예정인데 관련 사설 학원 강의를 듣기 위해 상당수의 간호사들이 노량진 학원가에 몰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간호사 A씨는 “현재 외래간호사로 근무하며 노랑진 학원 인터넷 강의를 통해 보건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예 병원을 그만두고 노량진 학원가에서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동료들도 있다”고 전했다.

높은 직업 안정성을 이유로 보건교사 임용시험에 간호사들이 대거 몰리고 있지만 막상 근무해 보면 기대만큼 무작정 편하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경기도의 한 고교에 보건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간호사 B씨는 “몸이 아프다는 학생들이 많아서 보건실에 마련된 병상은 항상 빈 공간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여기에 각종 학교보건행정업무도 거의 도맡아 해야 하고 일반 교사들보다 횟수는 적지만 각 학급에 대한 연간 의무 ‘보건’ 수업도 진행해야 해서 점심을 먹을 여유도 없을 때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보건교사의 장·단점이 분명하지만 어찌됐든 공립학교 교사로서 신분보장이 확실하기 때문에 일정한 출퇴근 시간과 공무원 연금을 보장받을 수 있고 하계·동계 방학이라는 메리트까지 더해져 보건교사 확충에 따른 간호사들의 대규모 이직 도전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더해 정치권과 간호계, 교원계, 학부모 사회 등에서 각 지방의 초중등학교에 보건교사가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까지 이어져 보건교사 임용 규모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현아(비례대표)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시·도별 보건교사 배치현황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보건교사 미배치 학교는 232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별 격차가 커 서울(98.5%), 경기(99.2%), 부산(98%) 등 대도시의 경우 배치율이 평균 90%에 달하는데 비해 강원(59.4%), 전남(57.3%), 제주(63.4%) 등은 평균 6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김 의원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보건교사 배치인원을 학교당 1명이 아니라 아예 2명으로 늘리도록 의무화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은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를 배치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2명 이상의 보건교사를 두는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4월 대표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학교에는 순회 보건교사를 둘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삭제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에 관한 교육을 포함한 보건교육을 각 학교별 1개 학년의 교육과정에 포함해 실시토록 했다.

박인숙 의원은 “각종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대처를 위해 보건교육과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모든 학교에 예외 없이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학교 규모별로 적정한 인원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배준열 기자  junjunjun2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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