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 납품되는 마약류 및 전문의약품에 대한 지적이 국감에서 나온 가운데 이에 대해 복지부가 안일한 태도를 보이자 일부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29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의원에 최근 5년간 전문의약품이 7만 개를 웃도는 수준으로 납품된 사실을 밝히고 관계당국의 단속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윤일규 의원은 이날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전국 1만4240개소 한의원 중에 13%인 1855개소 한의원에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백신류, 스테로이드, 항생제, 국소마취제 등 전문의약품이 7만6170개가 납품됐다”고 말했다.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7억 원 상당의 규모다. 항목별로 보면 백신류의 납품이 3만 5152개로 가장 많았고 모르핀, 펜타닐 등 마약류 의약품과 프로포폴, 미다졸람 등 향정신성의약품도 각각 2733개, 1478개나 납품됐다.

이날 윤 의원은 약사법 제47조 제1항에 따라 한의원에서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투약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복지부가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질책했다.

윤 의원은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는 해당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투약할 수 없다. 약사법에 따라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납품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납품된 뒤 투약경로를 관계당국이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복지부가 신속히 실태를 파악하고 체계적 관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살펴보겠다”는 단답만을 내놨으며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은 “의료법에서 해당 범위를 정확하게 정하지 않은 부분도 문제인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복지부의 답변에 대해 곧바로 무책임한 책임 회피성 답변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는 의료이원화 체계다. 한의사는 한약을 조제하거나 한약을 처방할 수 있을 뿐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을 조제하거나 처방할 권한이 없다. 이것은 법원에서 판결된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감장에서 어떻게 그런 엉성한 답변을 하느냐. 한의원에서 처방되고 있는 마약 및 전문의약품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보고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에 대해 식약처에서는 단순 코드입력 오류라는 입장을 밝혔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해당 사안은 대부분 오기 입력으로 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방병원을 입력해야 하는데 코드입력 오류로 인해 한방 코드를 입력한 사안으로 알고 있다. 좀 더 조사해서 보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윤일규 의원은 “잘못된 입력으로 인한 건수는 모두 제외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물타기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하경대 기자  hablack9182@naver.com

<저작권자 © 의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