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립암센터와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된 가운데 이날 국감에서는 ‘대리수술’과 ‘혈액백 입찰 담합 의혹’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이명수)는 22일 오전10시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과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정감사를 이어갔다.

■ 국립암센터: 대리수술 의혹

이날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의료계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대리수술 의혹에 대해서 국립암센터를 질타했다.

국립암센터가 제출한 수술실 출입관리대장(2018년도)에 의하면 암센터 수술실에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1월부터 10월 11일까지 284일 동안 118명이 301차례 출입했다는 것.

정춘숙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2018년 10월까지만 보더라도 118명이 301차례 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하루에 한 명꼴로 수술실을 외부인이 드나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여러가지 이유로 의료기기 직원의 수술 참관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 내가 누워있는 동안 수술실에 의사와 간호사 이외에 다른 이가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불안하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사진=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캡쳐>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 의료기기 특성상 의료기기 직원의 참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의사라면 당연히 미리 의료기기에 대해 숙지하고 수술 시 완벽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 의원은 “수술하면서 배운다는 것이 말이되느냐”고 반문하며 “새로운 의료기기가 들어오면 충분히 숙지해서 수술할 때 아무런 도움없이 스스로 완벽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국감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11일까지 암센터 수술실을 가장 많이 방문한 A업체는 46회, B업체는 35회, C업체는 28회, D업체는 21회 순 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5~10회 출입한 업체가 7곳, 2~4회 출입한 업체는 16곳이었다.
 
수술실 출입목적 사유별로 살펴보면, 참관이 전체 방문건수 301건 중 54.4%에 달하는 164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육이 20건, 장비 설치 후 시험 테스트를 진행하는 ‘demo’도 1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춘숙 의원은 “의료기기 업체 직원의 잦은 수술실 출입과 관련해 대리수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자들이 앞으로도 국립암센터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수술실을 출입한 의료기기업체의 방문사유와 대리수술 실태조사를 실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은숙 원장은 수술이 이뤄지는 구역과 별도의 참관실이 구비돼 있으며 대리수술은 절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암센터의 수술실은 두 구역으로 구분된다. 수술실은 환자들과 의료진이 출입하며 수술이 이뤄지는 청결구역과 기기 납품과 참관이 이뤄지는 구역으로 나눠지는데 의료기기 직원들의 출입은 수술이 진행되는 곳이 아닌 참관 구역이며 수술실 출입은 제로에 가깝다. 또한 모든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는 암센터에서 대리수술은 말도 안 된다”고 답변했다. 

■ 대한적십자사: 혈액백 입찰 담합 의혹

한편 대학적십자사에 대해서는 혈액백 입찰 담합 의혹이 메인 이슈였다.

의혹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박경서 회장은 사실상 “그렇다고 볼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사실을 인정해 이목이 집중됐다.

적십자사는 혈액백 입찰에 관해 적십자-녹십자 간 관계가 동맹을 넘은 담합관계로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진=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캡쳐>

이날 국감에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적십자는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가 혈액백 입찰에 참여하려 한다는 사실을 늦어도 2013년에는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후 입찰공고 때마다 입찰조건이 자꾸 변동돼 결국에는 녹십자MS 등 국내기업만 낙찰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신의원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 감사실에서 작성한 ‘민원조사 보고서: 혈액관리본부 혈액백 구매계약 관련’ 자료에서 적십자는 혈액백 입찰을 준비할 때마다 △납품실적 연간 13만유니트 이상으로 제한 △국내제조시설 생산제품으로 제한 등의 요건을 신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요건에 의하면 녹십자MS 등 국내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는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에 대한 입찰제한으로 작용한 셈이다.
 
신 의원이 “최근 10년간 혈액백 계약현황을 보면 녹십자MS가 계약 때마다 약 100억원 규모로 낙찰을 받는데, 이것 역시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고 질의하자, 박 회장은 “전혀 죄가 없다고 해도 이걸(질의내용을) 보면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신 의원의 문제제기에 사실상 동의했다.
 
이어 신 의원이 “혈액백 품질논란이 더 이상 없도록 감사를 실시해 대국민공표하고, 특정기업에 대한 배제의혹이 없도록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투명성 강화방안을 보고하라”고 요구하자 박 회장은 “그렇게 하겠다”며 입찰방식 개선에 적극 나서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경대 기자  hablack91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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