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진중인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시범사업(이하 투약관리사업)'에 대해 서울시의사회가 '절름발이 제도'라는 지적을 내놨다. 공단이 추진 중인 방안은 의사의 처방권과 국민의 건강권에 심각한 침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의사회는 제대로 된 투약관리 사업을 위해선 '의사와 약사가 함께 참여하는 모델'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 건강관리실은 지난 6월 ‘올바른 약물이용 지원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의 증가에 따라 중복처방 등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국민건강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다.

공단에 따르면, 만성질환(11개) 중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만성신부전 질병을 1개 이상 보유한 상태에서 정기적으로(투약일수 6개월 기준 90일 이상) 5개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는 230명으로 조사됐다. 이중 2개 이상 만성질환 보유자는 60.3%이고, 65세 이상은 65.9%(51세 이상 94.1%)로 고령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개 이상 약물 복용자도 185천명(8%)이었고, 최대 46개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장기요양시설 이용 환자인 노인 주의의약품 부적정 처방이 44.9%로, 요양시설 입소자에 대한 의약품 보관, 중복사용 투약 등 모니터링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공단은 약품의 금기, 과다 중복투약 등에 대한 투약관리 시범사업으로 '투약 순응도 향상 및 약물 오남용 방지(빅데이터에 기반한 요인분석 및 대상자 선정관리)'를 위해 시범사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범사업 모델은 △공단 직접 운영 모델(약사채용) △약사회-공단 협업(간호사 채용) △의사회-공단 협업(약사 채용) △의사회-공단-약사회 협업(약사, 간호사 채용) 등 4가지로, 공단 직접 운영 모델과 약사회 협업 모델의 경우에는 서울요양원이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그동안 약사가 임의로 환자의 의약품 투약에 개입하거나 의사 본연의 업무인 처방에 간섭해 불법의료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약사중심 시범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서울시 25개 구 중 중랑구, 강북구, 중구, 강서구, 구로구 서울요양원 등 5개 지역이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서울시의사회 역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의, "약사는 약에 대한 설명과 보조 역할"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공단은 약을 많이 복용하는 노약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차원에서 시범사업을 발표했는데, 문제는 ‘약사’가 이 사업의 중심이 되는 것으로, 이는 절름발이 제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현행 의료법상 환자의 처방권은 의사가 가지고 있는데, 처방권에는 의사의 진료권이 들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약사는 의사의 처방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의사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약사는 의사의 보조역할로,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복용방법, 예컨대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에게 가루로 보완하는 것이 좋겠다'는 등 약사의 영역에 대해서만 역할을 해야 한다”며 “환자의 건강 체크 및 상태에 따른 약물 관리는 의사가 검토하고, 환자 담당의사와 상의해 진료적인 조언을 받는 등의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완벽한 조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단이 이 사업을 간단하게 생각한 것 같다. 약사가 환자 가정에 방문해 약 봉지만 보고 오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현 의약분업제도에 역행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나 이에 따른 처방전에 대한 해석과 점검을 위해선 ‘의사’가 반드시 함께 동행하는 방식으로 투약관리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약사 혼자 환자 가정에 방문해 의사가 처방한 약의 복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거나 약을 수거할 수 없다. 이는 곧 진료법 위반이며 불법적인 행위에 속하는 것”이라며 “의료계와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의사가 사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단이 의료계의 주장대로 의사 중심 시범사업으로 진행한다면 구의사회와 상의해야 하겠지만, 구 마다 1~2명 정도의 방문의사를 선정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파견 나가는 형식의 시스템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간 두 번 정도 방문해 상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의사들도 자신의 진료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들과 올바른약물이용지원 시범사업에 대해 논의했는데, 공단도 의료계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방문수가나 초진진료수가 등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미현 기자  mi97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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