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연임된 이홍식 고려의대 학장

고려의대 역사상, 실로 40년 만에 ’학장 연임‘이라는 새 역사가 쓰여졌다. 그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이홍식 고려의대 학장이다.

고려대학교는 지난 12월말 “임기 2년의 제30대 고려의대 학장 겸 제6대 의학전문대학원장에 이홍식(李洪植) 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임명했다”고 발표하고 “이 학장의 연임은 지난 1980년 이후 약 40년 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학장의 연임 배경은 그가 학장으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지식을 함양하도록 의학교육과정을 개편하고 학생 주도 프로그램을 다수 기획해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데 따른 것.

그는 또한 학생 및 교수 연구역량 강화, 교원 업적 및 역량 강화, 해외 의과대학과 교류 활성화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탁월한 리더십과 업무 능력 까지 인정받았다.

이 학장은 1960년 생으로 1985년 고려의대를 졸업후 1996년 美 하버드의대 병원에서 연구원을 지냈으며 이후 모교에서 고려의대 교무부학장, 의학전문대학원 교무부원장, 법의학교실 주임교수, 법의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또 안산병원 의과학연구소장, 기획실장, 안암병원 소화기내과장을 두루 거쳐 최근까지 의학교육센터장, 제29대 의대 학장 및 제5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을 역임하고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기획조정이사 등 대외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글로벌 고려의대‘의 리더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홍식 학장을 지난 2일 오전 고대 인근에서 만나 연임 학장으로서 소감과 각오 그리고 고려의대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고려의대 첫 연임 학장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라면...
-그간 의대 학생들이 의학에 대한 공부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컸다. 시험을 통과시키기 위한 학교가 되다보니 대학이 아닌 학원과 같은 분위기가 돼버렸다.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의대는 배움의 장이 되어야 한다. 커리큘럼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졸업생 모두가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 진출해야 한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과연 다양한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한다.

학장 임기 동안 교과 과정을 바꾸기는 어려웠지만 교과 외 과정을 통해 다양한 교육을 지향했다.

교육이 다양해지니 학생들도 바뀌는 부분이 있었다. 학생연구회는 2년 전 17명뿐이었지만 지난 해에는 85명이 참여했다. 또 해외연수 또한 다녀온 경험을 여타 학생들에게 노출시켰더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교육 과정도 많이 바뀌었다. 본과 2학년부터 실습과정이 일부 들어간다. 공부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미래는 무엇인지 알고 공부하라는 의미다.

또한 본과 4학년은 몰입형 연구 심화과정·해외 실습·국내 실습 등이 포함됐다. 몰입형 연구 심화과정에는 25명이 지원했다. 외부 실습도 10명 있고 20명이 해외에서 실습하고 있다. 한 학생은 동아일보로 실습을 갔는데 1주일만에 기사를 쓰더라. 수련을 마치고 언론계로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의대 장학금 액수는 타 학교에 비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총량은 는 것 같지 않다. 규모를 늘릴 방안이나 계획은 있는지.
-성적 장학금이 아닌 프로그램 장학금의 의도를 꽃 피우고 있는 것이 의대라 생각한다. 학생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게끔 하는 것이 장학금이다. 예를 들어 연구를 활성화해야겠다라고 설정하면 연구에 대한 장학금을 늘리고 해외 연수가 필요하면 이에 대한 장학금을 늘리는 것이다.

장학금 액수를 늘려 반값 등록금을 만들겠다는 생각까지는 아직 안 해봤다. 다만 요즘 가계곤란 학생과 차상위는 대부분 장학금을 받는데 생활비가 더 큰 문제다. 생활비를 보전해주는 장학금을 찾고 있다. 적재적소 나눠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북 출신 교우가 새터민 학생들에게 줬으면 좋겠다며 기탁해온 장학금이 있다. 현재 의대에는 새터민 학생이 3명 있다. 이들의 등록금 50%는 통일부에서, 나머지 50%는 학교에서 지원하고 있다. 생활비 또한 이미 일부 선배들이 50∼100만원을 월마다 지원하고 있다. 이미 새터민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있으니 이 기탁 장학금을 모아 기금을 마련, 가계곤란 학생의 생활비로 지원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졸업생 중 타교로 가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올해 의료원 인턴을 97명 가량 뽑는데 경쟁률이 1.3대 1에 달했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타교 출신들이 많이 지원했다. 인턴 월급의 현실화와 첨단의료 등에 대한 연구가 주원인인 듯 하다. 오늘 인턴 합격자 발표인데 고려의대 출신이 무려 10여명이나 떨어졌다.

자교 출신 모두가 합격하는 것도 문제지만 성적순으로 인해 자교에서 많이 떨어지는 것도 고민거리다. 의료원에 요청하고 싶은 것은 심층면접의 강화다. 현재는 면접 과정에서 120명을 7~8명 일괄면접하고 있어 성적만 가지고 판단이 돼 버리는 상태다.

✜폐교된 서남의대 학생들이 전북의대로 상당수 이동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서남의대 학생과 전북의대 학생 사이의 실력차가 크다고는 생각하지 않느다. 크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실력차는 거의 없다고 본다. 다만 교육부가 의대 정원을 유지하겠다는 욕심에 모두를 다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에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서남의대 학생들은 한 곳으로 몰아 보낼 것이 아니라 전국으로 나눠 교육하면 된다.

✜고려의대는 인문학에 집중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많은 의과대학들이 예과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얼마전 경북의대 학장님과 만나 예과 학생들이 너무 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예과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지 살펴봤더니 의학과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왜 쓸데없는 과목을 듣는지 체크하니 몰려다니면서 듣기 위해 그런다는 것이다.

예과 학생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대·정경대·법대 등 타 대학에게 의예과 학생들이 들으면 도움이 될 만한 과목을 추천 받았다.

이 추천 리스트를 올해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주고 15학점 이상 이수할 경우 증서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 이수증은 학적부에 기록돼 인턴·전공의 모집 때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어딘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이수한다기 보다는 몰려다니지 말고 각각 특성에 따라 공부해라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보는게 맞다.

본과 2학년에는 인간과 의사라는 커리큘럼 만들었다. 오전에는 소화기내과 보고 오후에는 환자 케이스(면담) 보게 하고, 인간과 의사는 환자 윤리적인 문제 등을 다루게 했다. 의료계 화두를 학교에서 다 한번씩은 다뤄지게 해 한번 쯤은 교수와 얘기해볼 수 있게 커리큘럼을 만들어 놨다.

✜올해 개교 90주년이다. 의대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면...
-90주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니 목표의 반은 완성된 듯 하다. 고려의대가 90년이 됐다. 처음부터 고려의대라는 이름은 아니었지만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우석대가 어떻고 수도의대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지금 하는 이들은 없다. 그저 우리 학교가 의대 교육을 한 지 90년이 된 것이다.

고려의료원은 당시 병원 의료불모지나 다름없던 구로와 안산에 병원을 설립하며 전통을 갖고 의료를 펼쳐왔다. 이런 좋은 유산을 지니며너 90년을 이어고 왔다. 90이라는 숫자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대의대라고 하면 90이라는 숫자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아카데믹 메디슨‘에 대한 생각은?
-아카데믹 메디슨은 한희철 이사장님이 화두를 던지셨다. 지난 1일 열린 의교협에서 보니 많은 의료계 단체에서 아카데믹 메디슨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돼 있었다. 이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고 전공의 주당 최대 근무시간 80시간 등 지금의 규정만 다 따라줘도 아카데믹 메디슨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의대를 졸업하면 90%가 자기 출신 병원으로 간다. 아직도 졸업 후 교육과 졸업 전 교육의 연계가 잘 짜여있지 않다. 고대의료원이 처음으로 그런 것을 해야 한다고 본다. 외국에서도 의료경영, 보험, 환자안전 등을 포함하는 헬스시스템사이언스이 강조되고 있다. 이를 대학이 주도적으로 도입하려고 한다.

✜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너무 공부 열심히 하지 말고 다양한 백그라운드와 포텐셜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일등은 중요하지 않다. 학생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저명한 교수님들의 강의를 많이 들어야 한다. 또한 모든 일을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김기원 기자  kiki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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