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시즌이 돌아오면서 올해도 건보공단의 재정흑자가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공급자단체들은 회원들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동시에 17조에 달하는 사상 최대 건강보험 누적흑자를 밴딩폭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한 결과 전년도에 비해 25%(1,631억원) 증가해 부대조건 없이 전 유형 타결됐다.

올해도 재정흑자가 밴딩폭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공급자단체들의 기대가 크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6년 연속 건강보험 흑자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져 현재까지 누적 적립금은 무려 20조원을 초과한다.

문제는 재정상황에 대해 지나치리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정부의 시각.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7일 발표한 `2016∼2025 8대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 결과'에서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의료비 증가 등의 이유로 2018년부터 건보재정이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하나의 복병은 3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조기 대선.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재정 분배의 우선순위가 될 경우 상대적으로 수가협상 밴딩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최근 첫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냄과 동시에 현재까지 발표된 심평원의 기초 통계와 의협에서 공단에 별도 요청한 자료를 바탕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열악한 상황을 보다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를 생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및 시민단체 등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하는 필요성도 강조했다.

공단도 대외적으로는 “적정부담 및 적정급여가 전제돼야 공급자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 말이 진심이라면 수가협상도 이러한 관점에서 성실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의료법 개정에 따라 현재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고 있고 의원급까지 확대를 검토 중이다.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각종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 더 이상 비급여를 확대하고 싶지 않은 의지가 있다면 우선 건강보험 수가만이라도 반드시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  

동시에 수가협상 전 이미 재정운영위에서 밴딩폭이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고 공급자단체를 압박하는 협상용 카드로 쓰는 공단의 불공정 협상 전략도 수정되길 기대한다.

배준열 기자

배준열 기자  junjunjun2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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