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학회를 비롯한 신경외과학회, 성형외과학회, 재활의학회, 이비인후과학회, 안과학회, 가정의학회 등 7개 학회가 한 목소리로 “우리 학회와 관련된 질병군의 중증도 분류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정형외과학회가 최근 “정형외과학회를 주축으로 7개학회가 함께 보건복지부에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관련된 전문진료 질병군 선정의 문제점’이라는 공동 성명서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데 따른 것이다.

7개 학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실질적으로 중증도가 반영된 새로운 전문진료 질병군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전제하고는 “정상적인 중증도가 반영되지 않은 전문진료 질병군의 적용은 유예되어야 한다. 전체 전문과로의 확대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달라”고 주장했다.

7개 학회는 “현재 선정된 전문 진료 질병군은 암, 뇌신경, 심질환 및 희귀 난치성 질환과 관련된 4대 중증 질환 중심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과거의 환자 분류 체계인 KDRG V3.5를 기준으로 선정되어 현실적인 중증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내과적인 질환 이외의 외과적 질환들은 중증도가 높은 질병군인 A 중증도 환자에서 행위를 시행하면 중증도가 오히려 감소하는 기이한 구조로 되어 있어 실질적인 환자의 중증도를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7개 학회는 “우리나라의 의학은 나날이 발전해 국민 생존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으나 인구 구조의 변화에 의한 고령화 증가로 내과적 만성 질환자가 증가되고 있으며 만성 질환자의 합병증 증가 및 기타 질환의 동반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중증도와 동떨어진 실상을 전했다.

7개 학회는 “만성 질환자의 증가에 따른 시술 행위 등은 당연히 중증도가 높아지게 되는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행위의 종류에 따른 병원별 분포만을 가지고 중증도를 산정하는 오류를 범해 실제적인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막는 실수가 발생하게 된다.”며 “이는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7개 학회는 “상급종합병원은 향후 우리나라 의료를 이끌어갈 전문인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증도가 높지 않은 환자의 진료를 등한시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사태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의료는 중증도가 높은 환자에 대한 교육만이 강조, 일반적이고 기초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 양성에는 상당한 저해가 되는 등 기형적인 의료 현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7개 학회는 “고도의 복잡한 행위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행해져야하는 것이 환자 안전을 확보하고 행위의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선정된 전문진료 질병군의 경우는 당연히 고도의 의료행위를 요하는 항목이지만 일반진료 질병군에서도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진료 또한 고도의 의료행위가 요구되는 질환에 속한다.”고 중증도 분류의 허점을 꼬집었다.

7개 학회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병원에서의 투자 순위는 전문진료 질병군에 집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시간이 경과할수록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중증도가 높은 일반진료 질병군 환자에 대한 최선의 합리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자원은 소실되고 의료의 질 저하 및 국민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상적인 중증도가 반영되지 않은 전문진료 질병군 적용의 유예와 전체 전문과로 확대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 7개과와 관련된 질병군의 중증도 분류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기원 기자  kikiwon@hanmail.net

<저작권자 © 의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