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바이올린의 음색으로 묘사한 북구 노스탤지어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민족음악의 특징을 살려 독특한 선율과 리듬을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 낸 작곡가이다. 당시 그의 기법은 주로 베토벤과 그 밖의 고전파 작곡가들에 근접하였으나 형식미에 있어 세련된 구성, 주제의 유기적인 발전 등 독일 낭만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작품은 북구의 고유한 어두운 분위기에 조국의 특색 있는 리듬을 사용하여 핀란드적인 개성을 강하게 나타냈다. 특히 그는 표제음악과 교향곡을 많이 작곡하였는데, 대표적으로 7개의 교향곡, 교향시 〈핀란디아〉, 바이올린협주곡 등이 있다. 그의 음악 속에 넘치는 특유의 서정과 우수는 북국의 자연환경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피정복국으로서 받은 억압 등에 그 선율의 원천이 있다. 

이 작품은 많은 바이올린협주곡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으로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과 함께 낭만파 바이올린협주곡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며 20세기에 작곡된 가장 뛰어난 바이올린협주곡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협주곡은 고전파 후기의 교향악적인 구성에다가 온음계의 불협화음을 교묘하게 혼합하여 음울한 북구의 멜로디에 독특한 환상적인 선율이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아름답다. 조국에 대한 열정의 활화산 같은 분출 속에 웅대한 교향악적 규모의 관현악이 안개에 쌓인 북구의 자연 경관을 연상케 하는 시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고 있다. 

1903년 착수하여 이듬해에 완성한 그의 유일한 이 바이올린협주곡은 빼어난 기교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 협주곡의 초기 악보는 자신의 작품에 무척 엄격하였던 그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다시 수정을 거듭하였다. 1905년 개정판을 출판하게 되고 같은 해 10월 베를린에서 칼 하릴의 바이올린 독주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지휘에 의해 초연되었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도 재능을 지녔던 그는 이 곡에서 바이올린의 속성에 대해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바이올린의 음색을 너무도 뛰어나게 묘사하였다. 이에 대해 시벨리우스 전기 작가인 타바시 르테르나가 언급한 내용이 있다. “시벨리우스는 그 스스로가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멘델스존, 브람스와는 달리 바이올린 전문 테크닉에 대한 문제에 대해 굳이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의 조언이 필요치 않았다. 따라서 그의 상상력 속에서 그 협주곡의 독주자로 자신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제1악장 Allegro moderato 아주 고요하고 어두운 호수의 살얼음과 같은 약음의 바이올린 선율 위를 독주 바이올린이 백조처럼 애수 띤 제1주제를 아름답게 노래한다. 자유롭게 변화하면서 그림을 그려 나가는 오케스트라는 짧은 카덴차풍의 독주 바이올린이 잠시 모습을 비춘 뒤 바순에 의해 완전한 모습으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 뒤를 따라 현악 파트의 유니슨이 빠르면서 힘찬 민속 무곡풍의 코데타 풍 주제를 도입하면서 독주 바이올린은 연주되지 않고 관현악만으로 전개된다. 그 후 독주 바이올린이 화려한 카덴차를 전개한 후 자유롭게 변형된 주제를 화려하게 전개하면서 날개를 접는다. 

△제2악장 Adagio di molto 아름다운 로망스로 관악기군의 울림 위에 독주 바이올린이 명상적인 주제를 클라리넷이 연주하면서 부드럽게 오보에가 이어받는다. 독주 바이올린이 파곳과 호른의 화음을 수반하면서 명상적인 주제를 제시하고 다시 피치카토의 상행음계에 장식되면서 화려한 음들이 펼쳐진다. 그 뒤를 독주 바이올린이 밀려오는 파도 같은 독특한 리듬에 이끌리어 정열적으로 악상을 전개하고 기교적인 고조를 보이는 가운데 비올라, 오보에, 클라리넷이 제1부 주제를 재현하면서 관현악이 주선율을 전개하고 독주 바이올린이 화려하고 정열적으로 이것을 장식한 뒤 악상을 회상하면서 악장을 닫는다. 

△제3악장 Allegro ma non troppo 팀파니와 저음의 현이 복잡한 리듬을 격렬하게 노래한 후 독주 바이올린이 매력적인 주제를 도입하여 기교적으로 전개한다. 이 선율을 이어받아 다시 관현악이 눈부시게 끌어올리고 독주 바이올린에 의해 장대하고 극적인 코다에 들어가면서 급속한 음계가 연주되다가 힘차게 막을 내리게 된다.

■들을 만한 음반
△야사 하이페츠(바이올린), 발터 핸들(지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RCA, 1959)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유진 오만디(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CBS, 1959), 
△지네트 느뷔(바이올린), 발터 서스킨드(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45)
△정경화(바이올린), 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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