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리더십 중심의 역사와 사회 속에서 이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도전하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기금이 여성 리더를 발굴하고 키우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

김용진 전 한국여자의사회장

김용진 제24대 한국여자의사회장이 후배 여의사 리더십 함양 위해 ‘한독여의사 학술대상’ 상금의 일부를 ‘의권기금’으로 쾌척했다.

김용진 전 한국여자의사회장(연세의대 외래교수)은 지난 11일 한국여자의사회 학술심포지엄에서 여의사 회원들의 권익을 높이고, 젊은 여의사의 리더십을 함양하는데 써달라며 소정의 기금을 전달했다.

김 전 회장이 기탁한 기금은 지난 4월에 받은 ‘제7회 한독여의사 학술대상’ 상금의 일부로, 한국여자의사회의 9개 상설위원회 중 회원의 권익신장 및 리더십 함양, 여의사 정책 발전 등을 위한 목적으로 활발히 운영 중인 ‘의권위원회’에서 목적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김용진 전 회장은 “한독여의사 학술대상은 처음에 여의사 지도자 상이었다. 그 의미를 지속시키기 위해 박경아 세계여자의사회장(제5회), 박귀원 중앙의대 교수(제6회) 등 역대 수상자들이 기금을 기탁해왔었다”면서 “저도 그 연장선에서 동참했을 뿐이다. 이 기금이 여의사 리더십 교육에 쓰여서 후배 여의사들이 지도자적인 역할을 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진 전 한국여자의사회장(연세의대 외래교수, 사진 가운데)이 지난 11일 한국여자의사회 학술심포지엄에서 여의사 회원들의 권익을 높이고, 젊은 여의사의 리더십을 함양하는데 써달라며 소정의 기금을 전달했다. <김봉옥 한국여자의사회장(左), 조종남 의권위원회 위원장(右)>

실제로 그는 한국여자의사회장 임기 시절부터 대내외적으로 한국여자의사회의 위상 강화와 여자의사의 의권 향상에 힘써왔다. 친목단체로서의 역할이 강했던 한국여자의사회의 규정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법인체로서의 행정적 기반을 확고하게 다졌고, 여자 의대생이나 젊은 여의사들이 겪고 있는 성차별 등의 문제를 조사, 연구해 대책 수립에 앞장서는 등 의료사회 내의 여의사 차별해소 관련 정책을 발전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김용진 전 회장은 “근래 10년간 여자의사회가 획기적으로 변화했고, 의사회 내에서도 여의사회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면서 “훌륭한 여의사 리더들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여의사 지도자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용진 전 회장의 후배이자 그의 임기 시절 총무이사로 활동했던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과 김봉옥 한국여자의사회장(충남대병원장)도 김 전 회장의 지도자적 능력을 높이 평했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여의사 의권 향상, 여자의사회 대내외적 위상 강화·영향력 확대 등에 굉장히 힘쓰셨고, 제도 자체를 좀 더 확실히 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셨다”면서 “앞으로도 의료계 원로, 여자의사회 역대 회장님으로 큰 버팀목이 되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옥 여자의사회장(충남대병원장)은 “‘시스템으로 혁신하라’라는 말처럼, 10년 전 김용진 전 회장님 임기 시절에 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여의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셨다”면서 “그 시스템을 발판삼아 후배 여의사를 양성하고 발전해 나가는 게 지금 여자의사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내에서 여의사의 의권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여의사 지도자가 의료계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앞날을 예상해 본다.

김용진 전 회장은 “여의사가 의료계 내에서 남자 의사와 동등한 역할을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며 “언젠가는 여의사가 의협 회장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지선 기자  sundrea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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