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초음파의학회(JSUM)가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한국 의사인 최병인 교수(중앙대병원 영상의학과)를 명예회원으로 추대해 관심을 모았다.

일본 이외에도 미국과 호주, 독일, 아르헨티나 등 8개 국가의 초음파의학회로부터 명예회원으로 선정된 바 있는 최 교수는 SCI급 논문 480편을 발표하고 650번의 강연을 펼친 영상의학 분야의 권위자다.

최병인 교수는 최근 “일본초음파의학회는 창립 이후 학술의 우수성과 학회 발전 기여도에 따라 매년 일본회원을 1명을 선정해 명예회원으로 추대해왔다”면서 “올해 55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을 명예회원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약 1만5000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는 일본초음파의학회는 단일국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회 자랑하는 반면 자국 의학에 대한 자부심으로 국제화에 대한 개념이 약한 경향이 있었다.

최 교수는 “대한초음파의학회의 경우 공용어가 영어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일본은 모든 의학 교과서가 일본어로 제작되고 교육 자체도 일본어로 진행돼 굳이 영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 교수의 명예회원 선정이 이뤄지기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 교수는 1987년부터 일본초음파의학회가 주관하는 학회에 10회 이상 참가해 25회 이상의 특강, 강연, 좌장 등을 수행하며 일본초음파의학회의 수준향상과 국제화에 기여해왔다.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 5월 개최된 총회에서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명예회원증을 수여받게 된 것.

그는 “의사에게 연구·교육·진료가 모두 중요하지만, 연구야말로 모든 학문의 원천”이라면서 “앞으로 아시아권에서의 공동 학술, 교육 및 자문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아시아 초음파의학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병인 교수는 세계초음파의학회(WFUMB)의 교육위원장도 맡아 활동 중이다. 그는 개발도상국 의료진에 초음파에 대한 지식 및 술기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초음파 우수교육센터'를 설립해나가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5곳, 유럽 1곳, 아시아 3곳, 라틴 아메리카 2곳 등 전 세계에 총 11곳에 초음파 우수교육센터가 설립돼 있다. 초음파 기기는 의료기기 회사로부터 일상 진료가 가능한 중고 물품을 기부 받아 운영 중이다.

최 교수는 “초음파는 현대의학, 특히 영상분야의 툴 중에서 가장 편하고 경제적이고 안전하다”면서 “올해 심사를 통과한 방콕, 마닐라 등을 포함해 2020년까지 20개의 교육센터를 확충하는 것이 목표다. 미개발 및 개발도상국의 초음파를 통한 보건의료의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의학한림원 초대 국제협력위원장으로 선임...“국제화 필연적”

의학한림원이 지난해 의료계 최초로 법정단체로 승인받은 뒤, 지난 3월 국제협력위원회를 신설했다. 최 교수는 국제학회에서의 꾸준한 학술활동 등에 힘입어 초대 국제협력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의학한림원 예산상 국제화에 늦은 감이 있다”면서 “국제화는 필연적이다. 질병이나 보건의료, 환경 등은 이제 더 이상 단일 국가 차원이 아닌 범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창립 20년이 된 과학한림원의 경우 총 예산 65억 원 중 30%를 차지하는 23억 원을 국제화에 투자하는 등 한 발 더 앞서가는 중이다.

최 교수는 “의학한림원은 국제학회 가입, 국제 심포지엄 유치 등을 통해 협력관계 구축하고 아시아 연합이 만들어져야 미국, 유럽 등과의 협력이 가능해 진다”면서 “앞으로 국제의과학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아시아권 의료계의 종주국이 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산학연의 협력, 아시아 의료기기의 성장”

“미국의 경우 바이엘, 후지 등 제약회사가 학회나 개인의 연구에 기부한다. 심지어는 의대생에게도 연구비를 지원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리베이트가 된다”

최병인 교수는 이 같이 밝히고 우리나라 리베이트 제도 문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을 대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

그는 “산학연이 합동으로 연구해도 GPS(GE헬스케어·필립스·지멘스)를 못 따라간다”면서 “국회의원이 아닌 의협이 중심이 돼 국민 설득에 정면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의료기기는 특성상 장기연구, 다품종소량생산인데 반해 우리나라 기업 문화가 상반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GPS의 50년 이상의 연구 개발이 겨우 5년 정도에 머문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기는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대신 그만큼의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필수적이다.

최병인 교수는 “이제는 상생해야 한다“라면서 ”아시아 의료기기 기업이 동반성장하고 상호교류, 협력해야 한다. 일본을 배척하기 보다는 배워야 하고, 각자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선 기자  sundreamy@naver.com

<저작권자 © 의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