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과 성형외과 레지던트 시절을 글로 기록한 젊은 의사가 있다. 바로 충주시 보건지소에서 일하고 있는 박성우 공중보건의다.

헤밍웨이 등의 영향을 받아 문학소년으로 자란 그는 소설가의 꿈을 품고 ‘글 쓰는’ 의사가 됐다. 최근에는 블로그에 조금씩 기록해둔 수기를 바탕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의 인턴 생활기를 담은 '인턴노트'와 성형외과 레지던트 시절을 기록한 '성형외과 노트'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박성우 공보의는 "성형외과가 일반인에게 오해 받고 있는 부분이 많은데, 미용과 재건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통해 실제로는 이런 의사도 많구나 하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동시에 전공의 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느꼈던 것, 수련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한 가운데의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전공의 수련제도 도입 반세기 만에 전공의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수련시간 1주일 최대 88시간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기틀이 마련된 바 있다.

그는 "전공의 1, 2년차 때에는 수련환경이 바뀌기 이전이었고 2년차가 끝날 때쯤부터 확 바뀌기 시작했다. 1년차가 휴가 때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어느새 가능해졌고, 주말에는 여가활동도 한다"면서 "언론을 통해서도 기록되겠지만, 실제 해당하는 사람이 남기는 기록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book 출간부터 1인 출판사를 차리기까지

박성우 공보의는 두 권의 책 이전에 ‘청춘의사’라는 e-book 출간하기도 했다. 블로그에 하나 둘씩 썼던 수기가 큰 인기를 모았고, 늘어나는 독자들로 인해 책으로 묶어서 내자는 출판사의 제안이 이어졌다.

그는 “작가 데뷔의 꿈이 있었지만 아주 먼 미래의 얘기라고 생각했다. 40, 50대가 되서야 쓸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출판사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지만 막상 당시에는 아직 다 쓰지 못한 시점이었고, 그 정도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정중히 거절했었다. 이후 e-book의 제안이 있어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출판시장 상황이 어려운 탓에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각색해야 했다. 담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담지 못해 기록 그대로, 변형시키지 말고 책을 내고 싶었다는 그는 결국 스스로 1인 출판사를 차리고 책 제작에 나섰다.

박 공보의는 “출판사마다 간섭이 있고, 글의 각색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처음에 e-book을 냈을 때는 앞부분에 수험생이 읽을 만한 글이 실렸었다”면서 “순수하게 내가 쓴 글 그대로를 에세이로 내고 싶었다. 마침 4~5년 전부터 비교적 1인 출판사를 세우기 쉬워졌고, 도서정가제로 독립 출판서점도 생기면서 중소책방도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사람들이 독서에 흥미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1인 출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책을 쓰고 생산해 내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독서 문화나 출판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하는 사회활동의 일환이라는 것.

그는 “미국이나 프랑스 등 책을 많이 읽는 나라에서는 흔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유명인이나 업적이 많은 사람만이 책을 낸다. 이런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문학소년, 성형외과 의사 되다

문학 소년이었던 그는 왜 기피과 중 하나인 성형외과를 선택했을까. 이 질문에 그는 성형외과는 가장 ‘창조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성우 공보의는 “흔히 ‘외과는 타고난다’라고 말한다. 수술실과 수술 장면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본인이 안정감을 찾는다면 서전(surgeon)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1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외과의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정형외과나 일반외과 등 큼직한 수술보다는 조금 더 정교한, 개개인마다 따로 접근해야 하는 성형외과가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충주시 배경으로 한 서정적 소설 집필 계획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어 놓고 돌아다니다 감명 받는 소재를 발견하면 글로 쓰려고 한다는 박성우 공보의. 상대적으로 힘들었던 전공의 시절 암울하고 사회비판적인 주제가 많았다면, 충주시에서의 공보의 생활 속에서는 서정적인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충주에서 생활하면서 충주를 배경으로 하는 서정적인 소설 쓸 계획이다. 3년이지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홍보라기보다는 소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면서 “블로그 활동도 열심히 해 충주시나 보건지소에서 일하는 의사의 이야기 들려주고 싶다”고 답했다.

‘공보의 노트’ 집필 계획에 대해 그는 “위치상 보건지소로 왔기 때문에 소재 자체가 많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교도소로 가고 싶었지만, 내과나 정신과 전문의 등으로 한정돼 있어 꿈을 접었다”면서 “혹시라도 관심이 있다면 교도소에 있는 공보의 선생님들이 써 주셨으면 좋겠다. 그 기록이 쌓이면 우리 사회가 풍부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젊은 의사들이 협회 활동이든 개인 활동이든 사회적으로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면서 “그게 책이 될 수도 있고 만화가 되도 좋다. 사회 참여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지선

이지선 기자  sundrea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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