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만 관련 1인실 및 초음파 급여화' 공청회에서 한 산부인과 여의사의 눈물의 호소가 있었다. 소규모로 의원을 운영한다는 그는 산모의 안전한 분만을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을 뿐이라며 울먹였다. 하지만 성실히 일하면 일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게 산부인과의 현실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오는 9월부터 분만 시 1인실 상급병실 입원료의 50%를 지원하고, 10월부터는 초음파 검사에 기본 횟수를 정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공청회 현장을 가득 메운 산부인과 의사들은 의료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지도 않고 인기에 부합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관행수가에 비해 너무 낮게 책정된 급여수준은 결국 산모의 안전한 출산 인프라를 파괴하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지만 함께 자리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의 우려와 조목조목 설명된 근거 자료에도 공감은커녕 자신을 먼저 설득해보라는 식으로 대응해 원성을 샀다.

만년 적자인 분만실. 대다수 병원들이 수익성을 포기하고 적자를 감수하면서 운영 중이거나 축소 또는 폐쇄의 길로 가고 있다. 전공의들도 `24시간 응급대기조'인 산부인과를 기피하고, 수련 받던 레지던트마저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많아 젊은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늦은 결혼으로 고위험 산모는 점점 더 증가하는데 이들을 받아 줄 병원과 전문의는 줄어드는 상황이다.

의사들의 경고에도 정부가 꿈쩍도 안한 지난 20년 동안 분만의료기관의 수가 반토막이 났다. 이대로 가다간 분만현장에서 아기를 받아 줄 산부인과 전문의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이 부메랑이 되어 산모와 의사 모두의 피해로 되돌아오고 있다.

의사도 국민이다. `보장성'을 강조하고 나선 정부는 의사들의 생존도 보장해줘야 한다. 낮은 수가의 현실화. 반복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이제 그만하고 존폐의 위기에 놓인 산부인과의 활로를 함께 모색해야 할 때다.

이지선 기자

이지선 기자  sundrea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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