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살 된 여자환자가 내원했다. 남자 친구와 사귄지 5년 정도 되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성관계를 하였다. 임신 한 적도 있고 처음에는 몰랐는데 남자 친구가 점차 폭력적으로 되어 가고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도박을 좋아해 빚도 많다고 한다. 결혼 할 자신이 없으나 그렇다고 헤어지자니 이런 몸을 가지고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것이 자신이 없다고 상담을 하러 왔다.

성관계를 가지며 사귀다가 쉽게 헤어지는 요즘 세상에서 헤어지고 새 출발을 하느냐, 결혼을 해서 남자의 삶을 돌이키게 하느냐를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신선함을 보았다.

데이트는 상대방이 나와 결혼해서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데이트를 해야 한다. 결혼하기로 마음을 굳힌 메이트가 되면 자신들의 성장 과정에서 받은 영향력이나 상처들을 나누고 남녀의 정서적 생리적 차이를 공부하고 결혼하여 재정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자녀를 몇 명을 둘 것인가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나눈다. 메이트가 되어서도 결혼 전까진 육체적 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메이트가 되기 전인 데이트기간에 성관계를 요즘처럼 아무생각 없이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최근 군부대에서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예비아버지학교를 열고 있는데 나는 결혼관을 강의하러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상담해보면 장병들의 80% 이상은 결혼 전 성관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성관계를 많이 하고 여러 명과 한 것을 훈장처럼 자랑하고 있다. 내가 결혼 전 순결에 대해 강의하며 성병, 임신 등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면 싫어하는 눈치다.

병원에서도 방광염이나 요도염으로 방문하는 청년들에게 성관계에 주의할 것을 말하면 세상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거나 화를 내는 환자도 있다.

결혼 후 이혼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혼전의 문란한 성관계가 원인이 된다. 청년들만이 아니라 결혼한 사람들도 불륜이 넘치는 세상에서 나를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넘치는 성욕을 절제하기 힘든 존재이다. 그러나 여자도 성관계를 하다보면 성욕을 느끼고 성을 그리워하게 된다. 남자 친구가 떠날까봐 허락한 성관계가 이성적인 분별력을 마비시키고 결국 성욕을 나누는 데이트로 변질되고 만다.

이런 경우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결혼을 생각할 수 있지만 결혼 후에도 남자 친구는 폭력과 술, 도박의 습관이 고쳐지지 않고 갈등은 점점 깊어질 것이다. 통계적으로 배우자에게 그런 습관이 있을 때 끝내 이혼할 확률이 높다. 이혼을 하게 되면, 상처는 지금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일단 남자 친구와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나쁜 습관을 고칠 것에 대해 용기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 남자 친구가 떠날 것에 대한 염려는 미루어 두고 다시 인생을 시작한다는 용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아왔든 상관없고 앞으로 자신을 깨끗하게 지키고 관리하겠다고 결단이 중요하다. 그런 사람이 진정으로 순결하다 할 수 있다. 혼전 순결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쾌락에 몸을 던지는 사람도 문제이지만 몸을 망쳤다고 인생이 끝난 것처럼 절망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번 일로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해주었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다른 남자를 만나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관계 중독(사람 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게 된다.

앞으로 데이트 과정에서는 그동안 지속적인 성관계로 습관화된 성욕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성욕을 참기란 남자도 힘들지만 성 경험이 많은 여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른 남자를 만날 때 자신감을 가지고 만나되 과거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과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귀는 남자 친구에게 온전히 솔직하고 싶어 비밀을 털어놓고자 할 수 있고 또는 죄의식에서 벗어나서 싶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 어떤 이유로도 과거를 말해서 얻는 이득은 없다.

서로가 부족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자라온 과정과 세상의 문화에 영향을 받은 피해자임을 스스로 인정하며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존재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는 은혜로 묻어 두고 사랑과 용서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결혼 후, 남편과의 성관계가 결혼 전의 성관계와 비교되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면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고 남편과의 더욱 친밀한 성관계를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살률과 이혼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출산율도 세계에서 가장 낮을 정도로 점점 살기 힘들어져 가는 요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젊은이나 기성세대는 술과 섹스로 도피하는 경향이 높다. 가정이나 국가나 가난해서 망하지 않는다. 전쟁을 거치며 힘들게 살아왔지만 가정이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다. 가정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순결과 청결과 행복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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