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시정을 묘사한 독일 낭만주의 표제 음악의 걸작

베버가 드레스덴 오페라 극장의 지휘자로 있을 때 1817년 오페라 가수 카톨리 브란트와 결혼한 후부터 전보다 안정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나 아내를 위해 피아노 독주곡 〈화려한 론도〉를 작곡하여 바치게 되는데 이 곡이 독일 낭만주의 문을 열게 되는 표제 음악의 걸작으로 남녀 간의 아름답고 우아한 시정을 표현하고 있다.

베버는 이 곡을 아내에게 바치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어떤 무도회장에서 한 신사가 젊은 숙녀에게 함께 춤추기를 청한다. 숙녀는 부끄러워서 거절한다. 신사는 다시 성심껏 열의를 가지고 간청을 한다. 드디어 그녀가 승낙을 하면서 같이 춤을 춘다.”

훗날 이 작품은 낭만파 후배 작곡가 베를리오즈에 의해 관현악곡으로 편곡되어 〈무도회의 권유〉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널리 연주되고 있다. 베를리오즈는 관현악의 천재답게 신사가 무도회에 등장하는 장면에서 첼로를 쓰고 있고, 숙녀가 답하는 장면에서는 오보에를 써서 현악기와 목관악기의 대화를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함께 멋스럽게 그리고 있다.

독일 홀슈타인 주에서 태어난 베버는 오페라 극장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가극에 흥미를 가지게 된 후, 미하엘 하이든에게서 음악 형식과 작곡에 대해 사사받았다.

훗날 독창적인 기법으로 드라마틱한 국민적 음악을 개척하게 되고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열여덟 살이 되던 해에 브레슬라우 오페라 극장의 악장이 되었지만 2년 만에 사직한 뒤 8년간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오페라뿐 아니라 피아노곡, 클라리넷 협주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쓰다가 프라하 오페라 극장의 지휘자로 재기하게 된다.

당시 드레스덴에서는 쉴러와 쾨르너를 중심으로 태동한 민족주의 열풍이 문학계에 불고 있었다. 1820년 드디어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완성하여 베를린에서 초연을 한 그는 이 국민적인 오페라가 대성공을 거두어 일약 유럽의 대 작곡가로 등장하게 한다.

이에 힘입어 그는 〈오이리안테〉를 작곡하고 런던 코벤트 가든 극장에서 신작 오페라를 의뢰받아 〈오베론〉을 완성하였으나 그전부터 앓던 결핵이 악화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면서 런던에서 사망하게 된다.

베버는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많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마탄의 사수〉 등 일련의 오페라 작품을 통해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는 합창단의 규모를 확장하고 음향 효과도 극대화하여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극적이면서 서사적인 표현으로 낭만파의 단계를 개척하였다. 그 외에 중요한 업적으로 베버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 최초로 지휘봉을 사용하였고 오케스트라의 악기배열을 새롭게 정비하여 현대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열의 기틀을 확립하였다.

그는 평소 “나는 내 악단과 완벽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느낌을 가졌다. 마치 내가 혼자서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이라고 강조하면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여 체계적인 근대 지휘법의 기초를 세우게 된다.

한편 표제 음악의 싹을 틔운 〈무도회의 권유〉는 베를리오즈의 교향곡, 리스트의 교향시, 그리고 바그너의 극음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도회의 권유〉 구성을 보면 처음 Moderato로 서주에서 피아노의 저음을 통해 신사를 묘사하고 고음으로는 숙녀를 그리고 있다.

신사가 함께 춤을 출 것을 권유하지만 숙녀는 처음에는 사양하나 잠시 후 승낙을 하면서 Allegro vivace로 시작하며 빠르게 진행하는 왈츠 리듬에 맞춰 화려하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절정을 지나 다시 처음의 Moderato 선율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신사가 같이 춤을 춘 숙녀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신사와 숙녀가 정숙하게 서로 인사를 하며 헤어지는 장면을 재치 있게 묘사하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6); 미하일 플레트네프(지휘),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DG, 1997); 버나드 하이팅크(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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