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기자

뜬금없이 무슨 조선족 문화 축제를 기자수첩에 쓰느냐는 독자도 있겠지만, 중국내 소수민족 중에서도 특히 조선족 동포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중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또 우리말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부모가 외국으로 가거나 대도시로 생업을 위해 고향을 떠나고 남겨진 어린 아이들은 조부모의 손에 양육되며, 조선족 동포 밀집지역에서도 겨우 소학교에서만 우리말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처지다. 그러니 같은 조선족 아이들끼리도 평상시는 거의 중국어로 대화하고 있었고, 중국어를 잘 해야만 상류 학교로 진학할 수 있어 우리말 사용이 점점 퇴화되고 있었다.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은 크고 화려한 행사는 아니지만 지난 12년 동안(2년은 현지사정으로 취소) 조선족 어린이들이 노래자랑, 글짓기자랑, 이야기자랑, 피아노자랑 등 네 부문으로 나눠 우리말과 글 실력을 겨루는 문화 축제를 꾸준히 후원해 왔다.

그동안 이 문화축제는 조선족 사회에서 어린이들의 꿈의 경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헤이룽장성 현지와 베이징(北京)을 비롯해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네이멍구(內蒙古) 등 전국 각지 조선족 어린이들 700여명이 작품, 음원, 영상 등을 제출해 예선을 치른다.

이 중 60여 명의 어린이가 하얼빈에서 열리는 본선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장거리 여행도 마다하지 않고 10시간이 넘도록 기차를 타고 오는 가족들도 많다. 또 학업이 우수하고 품행이 단정한 조선족 학생 17명을 `유나이티드 글로벌 장학생'으로 선발하고 각각 장학금과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10회를 맞아 그동안 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공헌한 관계자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이런 행사를 왜 대기업에서는 지원하지 않냐는 우문에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생색이 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또 현지 관계자들은 중국에 있는 우리 동포인 조선족에 대한 대한민국의 관심이 현격히 줄었다고 한다.

서로의 이해가 있겠지만 우리말을 쓰는 동포들이 읽을 책이 없고, 볼 방송이 없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그나저나 작지만 강한 제약사인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이 이러한 문화 대축제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힘을 준다는 분명한 사실은 가슴 뭉클한 이야기이다.

김동희 기자

김동희 기자  ocean830@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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