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차분하고 정돈된 연말이길 바라는 건 의료계에서는 무리인 것 같다.

`바람 잘 날 없는 의료계'라는 표현처럼 어김없이 개원가를 휘청이게 하는 의료악법들이 도처에서 추진·진행 중이다. 다가오는 겨울이 춥게만 느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이유다.

지난 10월 29일 보건복지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또한 원격의료를 강행할 경우 벌어질 재앙적 상황에 대해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지난 달 28일 성명을 발표하고 `왜곡된 의료제도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고자 적극 투쟁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특히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은 “정부가 직역·전문과목간 다툼을 조장해 원격의료 시도 및 영리병원 허용, 아청법, 약국 저가약 인센티브 제도 등 각종 악법만 조장하고 있어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개원가의 절박한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동네의원이 살아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된다는 것을 정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왜곡된 경제 논리로 접근하는 원격의료 허용 및 영리병원 추진 등은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차의료기관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동네의원들에 대한 합리적인 수가보장, 현실적 고충 등을 외면하고 있으면서 단지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원격의료를 허용,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관치의료는 우리나라 의료제도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처럼 의료 접근성이 높은 나라에서, 저수가에 시달리는 동네의원을 위한 합리적인 정책이 만들어지기는커녕 매번 `흔들기만 하는' 악법이 생산되고 있다. 개원의들이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는 의료정책에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지윤 기자  bluewatch3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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