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 기자

보건당국이 외과와 흉부외과의 진료수가를 각각 30%, 100% 올려주는 파격을 단행했음에도, 결국 전공의 모집에 성공하지 못한 병원이 속출했다. 특정 과로의 쏠림현상, 해결법은 없는 것일까?

국내 수련병원 중 가장 근무여건이 좋다고 볼 수 있는 이른바 빅5 병원에서 2011년 전공의 모집정원을 채운 곳은 서울아산병원 한 곳으로 집계됐다. 서울대병원은 외과 19명 모집, 7명이 지원했고, 흉부외과는 5명 모집에 4명이 지원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외과 13명 모집에 11명 지원했고 연세의대 세브란스 병원은 흉부외과 4명 모집에 1명만이 지원했다. 모두 미달이다.

그나마 빅5 병원이라서 지원자가 존재한다. 나머지 지방대 병원이나 중대형 병원의 경우 단 한명의 지원자도 없어 수련이 불가능한 병원이 수두룩하다. 흉부외과의 경우 고대구로병원, 경희대병원, 한양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중앙대병원이 전공의 모집에 실패했다.

의원의 한 해 수가 인상률이 3%에도 못 미치고, 금년도 병원 수가 인상률이 1%대 임에도 무려 30%와 100%의 수가 인상을 제공받은 외과와 흉부외과는 어째서 전공의를 모집하지 못하는 것일까? 대부분 돈이 더 잘 벌리는 인기 과(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에 사람이 쏠린다는 판단을 내놓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외과를 멀리하는 것이다.

전문의 취득률이 70%에 육박하는데, 그들 대다수가 개원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외과와 흉부외과 기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타 전공의 일반 학사보다 곱절 이상의 학습 시간과 등록비를 감당해야 하는 그들에게 환자가 찾아오지 않는(의원) 외과를 어찌 전공하라 할 수 있겠는가? 언제까지 `의사'라는 숭고한 직업의식을 앞세워, 생계를 챙기는 것에 대해 `돈을 따라 움직인다'고 손가락질 할 것인가.

수가가 2배나 올랐음에도 미달이 됐다는 것 자체가 의사들이 돈 냄새만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들은 평생 동안 명함에 새겨질 `○○의원 원장'으로서, 많은 환자와 만나고 이야기 하며 진료를 보고 싶은 것이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관 임명 때부터 약속했던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조속히 시행되길 촉구한다.

김태용 기자  findbl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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