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혜미 기자

낮은 의료수가와 의료사고 위험, 그리고 의료계의 전반적인 문제가 누적되고 있는 것은 오래전 일이다. 결국 골탕을 먹는 것은 나를 비롯한 환자들인가.

매일 앉아서 수십명의 환자를 진료해 봤자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의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요즘 의사들의 근무 환경이나 수입구조가 예전과는 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든 과가 수입이 많이 줄었다. 이는 모든 개원의들이 업무량에 비해 수입이 적다는 압도적인 사실인 것이다.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보면 개원의 진료확장 또는 영역에 고려 중인 분야로 비만클리닉이 47.4% 가장 높았고, 이어 건강검진이 20.8%, 대체의학시술 18.4%, 만성질환관리 13.4%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 의원이 아이받기를 포기한 채 비만이나 미용으로 과 바꿈을 선택하고, 외과의원이 성형과 미용으로 진료과목을 바꾸는 현상이 날이 갈수록 노골화 되고 있다. 그나마 자신의 진료과목을 고수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근무시간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마취과, 정형외과 등 환자 수요가 떨어지는 분야 일부 전문의들이 피부과와 성형외과 쪽으로 진료과목을 바꾸면서 생기는 부작용인 것이다. 이처럼 전문의들이 자신의 진료과목을 포기하고 비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과목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에 동떨어진 낮은 의료 보험 수가 때문이다.

요즘 의대 학생들도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로만 몰린다. 그 이면에선 건강보험 때문에 돈벌이가 안 되는 외과나 산부인과 같은 곳은 젊은 의사를 구할 수가 없다는 말. 이대로라면 언젠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분야는 외국인 의사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기존 건강보험을 취급하지 않을 경우 살아남을 수 있는 의사는 현재 거의 없다. 물론 앞으로 나올 수도 있겠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고급의료에 대한 수요는 사실 굉장히 적다.

국민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에서 병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의사뿐이라는 것. 의사면허증에는 진료 독점권, 영리의료사업 독점권이 있다. 의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료사업에 투자조차 할 수 없다는 것, 의사만이 의료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22일 건정심 제도개선소위원회에 의하면 의료수가가 2.0% 인상됐다. 정말 만족할 만한 결과일까? 건강보험과 수가의 불합리성 때문에 의료계가 날로 침체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표혜미 기자

표혜미 기자  phm910@hanmail.net

<저작권자 © 의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