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 기자

지난주 국회 곽정숙 의원(민주노동당)이 느닷없는 `총액예산제' 카드를 들고 나와 적지 않은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충격을 건네줬다.

곽 의원은 현재 62%인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9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이 총액예산제 카드를 선택했고, 이와 함께 △공단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금 인상 △요양급여의 보장범위 확대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곽 의원을 대표로 해 지난 2일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발의로 이어졌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공단이 가진 돈이 더 많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듯이 공단은 만성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는 쉽지만, 그 안에 복잡하게 엉켜있는 `재정적자'의 실타래는 그 누구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액예산제의 도입 논의가 더욱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어느 제도이건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곽 의원이 말하는 총액예산제 도입 취지는 “의사에게 가는 돈을 더욱 줄이자”는 것 밖에 안된다. 그럼으로써 재정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현 건보제도 하에서 의사가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해도, 이는 대다수 국민을 위한다는 핑계를 가지고 더 많이 가진 자의 것을 뺏겠다는 억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왜 의사만 피해를 봐야 하는가? 방만한 공단 운영의 개선과 체납된 보험료 수납 대책은 어째서 법률화되지 않는 것인가.

더군다나 현재 의료계는 수가현실화는커녕 내년도 수가협상조차 마무리 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가 지급받을 보험료 총액을 매년 미리 정해 놓고 그 한도 안에서만 지급하는 총액예산제 도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마음이 답답하다.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저수가 문제도 현실화 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보재정이 안정화되고, 보장성이 강화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1차 의료가 완전히 붕괴된 후에야 `동네 의원이 이토록 소중했구나'하고 후회할 것이냐는 말이다. 의료전달체계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하나의 시스템이다. 국민건강에 있어 의원도 병원도 모두 중요하고, 각자의 분명한 역할 구분이 있기 때문에 체계가 존재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김태용 기자

김태용 기자  findbl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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