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혜미 기자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보다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서 많은 좋은점이 생겨났지만, 언제나 좋은점이 있으면 나쁜점이 있듯이 더 많은 환자들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과거에 비해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많이 변화했다.

며칠 전, 취재 중 타국에서 온 전문의 강사진에게 과거·현재·미래의 `의사와 환자의 변화 관계'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역시 제일 중요하고, 현재 떠들썩 한 모든 의료계 현안들 문제의 중심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특수한 관계다. 이 관계는 의료 행위가 시작된 이래 존재해 온 관계이며, 인류가 질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한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관계다. 지금부터 10년 후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 사회와 의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10년 후 우리 사회의 의료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유감스럽게도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유는 의료가 상업화되고 시장화되는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인터넷 발달로 환자들이 많은 지식을 얻게되어 오히려 따지듯 묻는 환자들이나 더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설명하는 환자들. 특히 선생님이 아니라 아저씨로 부르는 환자들이 많아졌다고, 의사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의사들은 불평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어쩌면, 정부가 의약분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파괴하는 데 앞장선 것이 원인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경제적인 관계로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의사는 더 이상 치료자가 아니고 의료서비스의 `공급자', 환자는 아픈 사람이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소비자'가 된다. 다시 말해 환자는 특정한 서비스의 구매자로, 의사는 특정한 서비스의 공급자로서만 자신을 인식하고 경제적인 동기에 의해서 행동하게 될 때 발생한다.

만약 지금과 같은 의료의 상업화·시장화가 멈추지 않는다면,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더욱 경제적인 관계로 고착될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의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의료의 자본주의화·시장화는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유익한 현상이 아니다.

시장에 내몰린 의사는 거대의료자본의 지배를 받거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의료수요를 창출해내야 하고 그 결과 국가전체의 의료비용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 사회 안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든 관계가 시장의 법칙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의료에 대한 국가의 책임도 요구해야 한다.

표혜미 기자

표혜미 기자  phm9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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