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용 기자

지난주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영·유아 필수예방접종은 글로벌 기준인데, 의료기관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예방접종을 너무 많이 권유하는 게 아닌가 한다.”

이어 전 장관은 “권장하는 선택예방접종이 무엇이고, 얼마나 필요한 지 파악해 알리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전 장관의 이러한 발언이 있은 후 보건당국은 건강보험재정과 예산부담을 예로 들며 전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아니러니하게도 전 장관은 20∼30대 미혼 및 기혼자 등 일반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23일 복지부가 개최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국민 초청 공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언뜻 생각해도 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필수예방접종 지원확대는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이날 토론회서 올해 3월 첫 아이를 낳은 김유진 씨는 “두달 전 신종 로타아이러스 백신을 맞히는데 1차 20만원이 들었고 3차까지 맞히려면 70만원이 든다”면서 “돈 내고 받아야 하는 예방접종이 많아 부담이 되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의 말대로 권장하는 선택예방접종이 무엇이고, 얼마나 필요한 지 파악하는 것은 긍정적인 대응이다. 하지만 그 조사가 `너무 많이 권한다'라는 전제로 시작된다면 조사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몇몇 나라에 비해 과도한 지원을 하니 평균수준으로 지원규모를 축소한다는 방침을 정함.”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란 연구결과까지 나오는 시국에 한 아이의 건강권에 대해 “꼭 필요 하지 않은 것까지 권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건강보험에 있어서 보장권을 확대할 경우 보험료 인상을 불가피하며 재정악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수차례 주지시켜 왔다.

하지만 최대 200만원에 육박하는 영·유아 예방접종에 있어 정부 지원을 늘려달라(보장권 확대)는 어머니에게 예산과 재정을 걱정하는 현 정부는 저출산 극복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불과 10일 전 전 장관은 “HT(Health Technology) 산업은 새로운 국가 아젠다로 집중 육성해야 하며 그 성공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를 위해 삼성경제연구소는 향후 10년간 총 15조 8000억원의 투자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향후 정부가 얼마나 많은 규모의 예산을 지원할지 기대가 될 정도다

반면 현재 국내 전체 필수예방접종(B형 간염, 일본뇌염, DTaP 등 8종의 예산은 2∼3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건강보험 재정문제의 해법을 예방접종 지원규모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정부에게 묻고 싶다.

김태용 기자

김태용 기자  findbl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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