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엔 편강탕”이라는 광고가 바른의료연구소의 수차례에 걸친 민원 제기 끝에 보건소에 고발 조치돼 의료법 위반 가능성이 인정받을 전망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COPD) 약물치료의 목적은 폐기능 호전보다는 현재의 증상을 개선하고 2차적으로 발생하는 합병증을 예방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일 뿐 어떤 약제도 폐기능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완화시키지 못한다는 게 현재까지 통용되는 의학계 정설이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부터 수도권 시내버스 외부에 아주 큼지막한 글씨로 “COPD엔 편강탕”이라는 광고가 게재되기 시작했다(사진).

바른의료연구소는 이에 대해 “COPD에 편강탕이 상당한 효능이 있음을 아주 단정적으로 표현한 문구”라며 “편강한의원이 제시한 근거 논문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전통중의학술지에 게재된 "편강탕 추출물, 대기 오염 물질로 인해 유발된 호흡기 염증성 객담의 과다분비 및 블레오마이신(BLM) 유발성 폐섬유화증 완화" 논문은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이 아니라 흰쥐 대상의 동물실험에 불과했다. 실험실에서 유발한 폐섬유화증 모델 흰쥐에 편강탕 추출물을 투여했더니, 대조군보다 폐섬유화증 정도가 완화됐다는 것.

연구소는 “폐섬유화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전혀 다른 질환으로 사람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그것도 만성폐쇄성폐질환 모델이 아니라 폐섬유화증 모델로 시험한 결과로 COPD에 대한 편강탕의 효과가 입증된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허위과장광고”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구소는 지난 8월부터 광고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관할 보건소는 “논문 발췌의 경우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심의기준'에 따라 SCI, SCIE급 논문 발표에 한해 허용하고 있으므로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이에 연구소가 편강탕이 사람의 폐섬유화증과 COPD에도 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재차 요청하자, 보건소는 “편강한의원에서는 '편강탕' 관련 논문을 여러 차례 발표했으며, 동물 대상 임상시험으로 논문의 가치가 무의미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으며, 동물실험 논문을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광고를 삭제 또는 금지하도록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회신했다.

이에 연구소는 다시 “현대의약품의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제3상 임상시험을 통과해 의약품 허가를 받는 비율은 고작 10-20% 정도”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보건소는 “동물실험에서 밝혀진 효과를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광고, COPD엔 편강탕 광고 등에 관해 의료광고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에 관한 질의를 보건복지부 및 대한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했으며, SCI, SCIE급 학술논문 발표를 한 것은 맞지만 과학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내용 또한 같은 맥락이므로 질의회신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후 거듭된 연구소의 민원신청에 보건소는 지난 2월 5일경 “동물실험 근거의 의료광고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서 ‘사람 대상 임상시험의 위험성과 비용을 줄이고 약물효과 및 부작용 예측을 위해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시험 진입이 순서이며 동물실험 결과는 인체에도 동일할 수 있으므로 임상시험 자료가 미흡한 경우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사람의 치료반응 파악은 가능하다는 한의학적 치료방법론이 존재한다’고 회신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러나 사실에 의거한 광고라도 의료광고는 소비자를 오인·혼동시킬 수 있는 위법한 광고로 봐야 한다는 게 우리협회 의료광고 심의기준이므로 ’편강한의원 광고‘는 불승인될 것’이라고 회신하여, 이에 따라 해당 한의원을 고발조치했고 고발 결과에 따라 위법사항으로 확인되면 업무정지 1개월 행정처분할 예정이며, 참고로 보건복지부 회신은 받지 못했다”고 알렸다.

바른의료연구소가 공개한 서초구보건소의 회신답변문자메시지.

연구소는 “한의협 심의위 회신은 동물실험 논문만으로 사람에서도 동일한 효능•효과가 입증된 것처럼 대대적으로 허위과장광고를 일삼는 일부 한방의료기관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연구소의 7회에 걸친 끈질긴 민원신청으로 ‘COPD엔 편강탕’으로 광고하던 한의원에 대해 관할 보건소의 고발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향후에도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의료광고를 모니터링하여, 허위과장광고가 의심되는 경우 즉각 민원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준열 기자  junjunjun2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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