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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판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제21번 C장조, 작품번호 53 〈발트슈타인〉클래식 이야기 〈463〉 
의사신문 | 승인 2019.02.01 12:05

■피아노를 위한 에로이카 교향곡
베토벤은 이 소나타 〈발트슈타인〉의 제3악장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듬뿍 담았다. 오른손이 연주하는 분산화음은 햇살에 반짝이는 라인 강의 물결이고 왼손이 노래하는 멜로디는 어릴 적 들은 라인 지방의 민요이다. 강물과 노래는 한데 어울려 용솟음치기도 하고, 속삭이듯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아련히 흘러간다. 어렸을 때 베토벤은 두 동생을 돌보며 술에 만취한 아버지 손을 잡고 강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그는 고된 연습 틈틈이 다락방에 올라가 멀리 라인 강을 바라보곤 했다. 베토벤은 언제나 어머니를 “정직하고 선량한 여성”, “나에게는 정말 훌륭하고 친절한 어머니이자 최고의 친구”라며 열렬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회상하곤 하였다.
1787년, 그의 나이 열일곱 살 때 어머니는 폐결핵으로 사망하였는데 이 무렵 아우구스부르크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애통함이 담겨있다. “아아! 어머니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아직 부를 수 있고 그 부름에 대답해 줄 사람이 있던 때보다 내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이제 누구에게 그 이름을 부를 수 있을까?” 스물두 살이 되던 해 빈으로 온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35년 동안 한 번도 고향 본을 찾아가지 못했다. 1801년 고향친구 베겔러에게 보낸 편지에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나의 고향,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낀 그 곳은 내 눈앞에 언제나 아름답고 또렷하게 보인다. 내가 그곳을 떠날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또한 고향에 가서 부모의 묘를 찾아보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1804년 완성한 이 소나타의 제3악장에는 이러한 그의 고향에 대한 향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쓴 베토벤은 “이제부터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쓸 것”이라 다짐하면서 자신의 작곡여정 중기를 새롭게 시작하였다. 1803년부터 1815년의 이 시기는 그의 창작열과 독창성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던 시기였다. 그때까지 세상에 나온 어떤 교향곡과도 비교할 수 없는 대담한 발상으로 교향곡 제3번 〈에로이카〉를 쓰게 되는데 이 소나타 역시 과거의 어떤 소나타보다 규모가 크며,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장대하고 화려한 음향을 들려주고 있다. 개량된 피아노라는 악기와 연주자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확장한 작품으로 비평가 빌헬름 폰 렌츠는 이 소나타를 가리켜 `피아노를 위한 에로이카 교향곡'이라고 불렀다.

이 곡은 발트슈타인 백작에게 헌정됐다. 백작은 음악을 사랑하고 피아노를 잘 친 귀족이었다. 1788년 베토벤의 고향인 본에서 일하게 된 후부터 그를 아낌없이 후원했다. 젊은 베토벤을 하이든에게 소개한 사람도, 그의 빈 데뷔를 뒤에서 지원한 사람도 백작이었다. 1792년 고향을 떠나는 그를 이렇게 격려했다. “사랑하는 베토벤, 이제 빈으로 가서 오랜 꿈을 실현하게. 빈은 아직도 모차르트의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 흘리고 있네. 모차르트의 창조적 정신을 아쉬워하며 아직도 슬퍼하고 있네. 천재의 영혼은 하이든에게 피난처를 구하고 있지만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네. 자네는 쉼 없는 노력으로 하이든에게서 모차르트의 정신을 받아야 하네.”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할 무렵 발트슈타인 백작은 빈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만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이 곡을 발트슈타인 백작에게 바친 것은 고향의 향수와 더불어 백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영원히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1악장 Allegro con brio 그랜드 피아노로 연주해야만 할 정도로 저돌적이고 장대한 주제로 시작하면서 제2주제는 조용한 저녁기도처럼 내면을 돌아보는 느낌으로 첫 주제와 대조를 이룬다. 종결부에서는 다시 제2주제가 먼저 나오고 제1주제가 이어진 뒤 마무리한다.

△제2악장 Introduzione: Adagio moderato 베토벤은 처음 작곡할 때 Andante를 썼는데 곡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별도로 안단테 파보리(Andante Favori, WoO 57)로 출판하고 이 부분을 새로 썼다. 서주는 느리고 약하게 시작했다가 점차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다시 조용한 음으로 마무리 되면서 3악장으로 이어진다. 베토벤은 그리움에 가득 찬 제3악장이 이 소나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제2악장을 제3악장을 위한 서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제3악장 Rondo: Allegretto moderato ? Prestissimo 따뜻하고 정다운 베토벤의 마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상당히 흥미로운 악장이다. 화려한 기교와 더불어 아름답고 서정적인 주제 부분과 빠르고 강렬한 삽입부가 계속 대비를 이루면서 주제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지만 결코 단순히 나약하거나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마지막 코다는 페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풍부한 울림과 신비감을 고조시키면서 과격할 정도의 급속함과 격정이 돋보이며 가장 빠른 속도로 단호하게 미래를 다짐하듯 마무리한다. 

■들을 만한 음반
△에밀 길레스(피아노)(DG, 1972) △빌헬름 켐프(피아노)(DG, 1964) △빌헬름 바크하우스(피아노)(Decca, 1959) △클라우디오 아라우(피아노)(philips, 1985) △마우리치오 폴리니(피아노)(DG, 1988) △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Philips,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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