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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동의서 썼는데, 1년 뒤에 손배소라니…`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23〉
의사신문 | 승인 2019.01.14 08:57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백화점에서 골프셔츠를 샀다고 하자. 집에 가져와서 입어보니 뚱뚱해 보이는데다, 아내는 디자인이 촌스럽다고 잔소리를 한다. 이런 경우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그 골프셔츠를 환불할 것이다. 더 이상 뚱뚱해 보일 필요도 없고, 더 이상 잔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다. 이렇게 환불이란 것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둘러싼 거래관계를 깔끔하게 종료하는 효과가 있다.

의료도 서비스이다. 그러면 의료서비스의 환불은 어떠할까? 진료계약은 위임계약이고, 진료채무는 결과채무가 아닌 수단채무이다. 따라서 의료서비스에서는 환불이 문제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원칙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인지라, 객관적으로 또는 `환자의 주관에 따라' 진료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에는 의료서비스에서도 환불이 문제된다.

실무상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불은 의사가 지급받은 진료비 전액을 환자에게 환불하면서 환자로부터 이른바 환불동의서를 작성받되 그 내용에 `앞으로 일체의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러한 환불 및 환불동의서의 작성으로 해당 의료서비스에 대한 분쟁이 종결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사례를 한 가지 살펴보고, 환불동의서 잘 쓰는 법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환자 A는 B한의원을 방문하여 여드름흉터 제거를 위하여 시술 상담을 받고, 이후 B한의원을 방문하여 1개월여 동안 8회에 걸쳐 상처 소독, 드레싱 등 시술을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이후 A는 C병원을 방문하여 B한의원에서 시술받은 부위를 진찰받았는데, 그 결과 감염성 피부염, 상세불명의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 상세불명의 2도 화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A는 다시 B한의원을 방문하여 추가적으로 2개월여 동안 11회에 걸쳐 재생관리와 드레싱 등 시술을 받았으나, 여전히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이에 A는 B한의원에 항의하였고, 결국 B한의원은 `시술비 120만 원을 전액 환불하는 대신, 향후 이 사건 시술에 대하여 어떠한 민형사상 책임을 더 이상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환불동의서를 작성하여 A에게 환불하여 주고 A의 서명날인을 받았다. 이후 A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B한의원은 골머리 아픈 이 사건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나서 B한의원은 소장을 받았다. 이 소장은 A가 B한의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지난 번 환불하여 주었던 그 시술들이 잘못 되었음을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B한의원은 A의 청구에 대하여 “A는 이 사건 시술비를 전액 환불받으면서 `향후 이 사건 시술에 대하여 어떠한 민형사상 책임을 더 이상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였다. 이 민사소송은 이러한 부제소합의를 위반한 것이므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맞서 A는 “환불동의서를 작성한 직후부터 3개월 후까지 D병원을 찾아 회당 30만 원 상당의 약물요법과 레이저치료 등을 받았으나, 결국 안면의 좌우측 협부에 착색반흔으로 인한 추상장해가 생겼다. 이런 것은 부제소합의에 포함된 손해가 아니다. 따라서 B한의원은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으로 보이는가? 아래에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자.
양측이 작성한 환불동의서는 법률상 일종의 화해계약으로, 화해계약은 분쟁당사자가 서로 양보하여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끝낼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 법원은 화해계약의 일반 법리에 따라, `①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합의가 이루어져서 양측이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② 후발손해인 착색반흔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이다. ③ 합의한 당사자들의 의도가 그 중대한 후발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④ 그러므로 후발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쉽게 말하면, `A가 환불동의서 작성 이전에 C병원에서 감염성 피부염 등의 진단을 받았고, 환불동의서 작성 시에 이 손해가 고려된 것은 맞다. 그런데 A는 환불동의서를 작성하고 6개월 후에 추상장해 진단을 받았다. 만약 A가 이 추상장해를 예상하였다면, 사회통념상 진료비 120만 원만을 환불받는 것으로 합의하였겠느냐? 그러니 이 합의에는 추상장해에 대한 합의는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A가 민사소송에서 추가적으로 주장한 의사의 시술상 및 시술후의 과실, 설명의무 위반 등을 인정하고 B한의원에게 A에게 1,500여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사실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특이한 것이 아니다. 법원은 수십 년 전부터 위와 같이 `화해 당시에 발생을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후발손해에 대하여는 화해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 의사 입장에서 위와 같은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막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환불동의서 작성 당시에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악결과를 환불동의서에 아주 자세히 기재하여 `이것까지 양측이 예상하고 있었고, 이것을 포함하여 합의된 것이다'라는 것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어차피 악결과를 예상하여 기재하였다 하더라도, 악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여 그에 대한 진단서가 발급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하여 책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게다가 추가적인 민사소송에는 설명의무 위반 등 별도의 금원 지급 청구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방지할 필요도 있다.

예상되는 악결과를 환자에게 알리는 것을 꺼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환불동의서를 작성한다 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악결과의 발생시 대부분 추가적인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약간의 추가보상의 지급으로 보다 깔끔한 처리를 얻는 현명한 교환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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