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마지막 날, 故임세원 교수는 예약도 없이 내원한 환자를 맞이했다. 그는 생에 마지막 진료의 순간에도 간호사와 환자들에게 “도망가라”고 외치며 그들의 대피를 확인했다. 정신질환자들에게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라며 손을 내밀었던 그의 죽음이 더욱 먹먹해지는 이유다.

자살예방·우울증 치료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임 교수가 살릴 수 있었던 미래의 환자는 몇 명이었을지 알 수 없다. 그의 죽음으로 우리는 과연 몇 개의 목숨을 잃은 것인가. 환자와의 소통을 강조했던 故 임세원 교수는 현재, 대화라는 방법 대신 자신의 `죽음'이라는 방법으로 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임 교수의 피살이 `예고된 비극'이었다고 한탄했다. 특히 의료계는 최근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위험한 상황이 의료기관 내 응급실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故 임세원 교수의 터전이었던 정신과 진료실은 수시로 돌발상황이 벌어지지만, 마땅한 실태조사나 실질적 해결책은 없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임 교수의 사망을 기점으로 정신과 진료환경을 조사하는 한편, 외래치료명령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외래치료명령제와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정신건강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4일 대표발의했다.

정치권의 발빠른 움직임이 의료계나 환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故 임세원 교수 피살사건은 `정신과 진료환경 개선'에만 초첨이 맞춰지면 안된다. 궁극적으로 의료계가 이뤄야할 목표는 `전반적으로' 안전한 진료환경 확보다.

잔혹한 응급실 의사폭행으로 의료인 폭행 이슈가 재점화됐던 지난해 7월, 임 교수는 당시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을지 새삼 궁금해 진다. 예상컨대 그는 아마 안전한 응급의료환경의 중요성을 제고해보는 한편,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신과 진료의 환경개선도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의료계의 노력으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통과됐다. 다만, 이보다 포괄적인 안전진료환경 구축 논의가 구체적으로 함께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씁쓸함은 남는다. 이제 두 아들은 훌륭한 의사였던 아버지를 더 이상 볼 수 없으니 말이다.

故 임세원 교수는 더 이상 환자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그와 같은 의로운 의사는 현재도 어디선가 숨쉬고 있다.

하늘나라로 간 임 교수는 지금도 말하고 있다. 현재의 의료환경으로는 의료진은 물론 환자의 건강도 돌볼 수 없다는 것을.

송정훈 기자  yeswal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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