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대학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작곡 지휘한 교향곡
교향곡 제92번은 〈옥스퍼드〉라는 부제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하이든이 옥스퍼드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이튿날인 1791년 7월 7일 옥스퍼드 대학에서 이 곡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당시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하이든을 위해 7월 6일부터 3일간 음악회를 마련하여 공연 첫날인 6일 이 작품이 연주될 예정이었으나 하이든이 예정보다 늦게 런던에 도착하는 바람에 리허설 시간 부족으로 이 작품의 연주는 그 다음날로 미루어진다.

하이든은 자신의 기존 `파리 교향곡' 스타일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해 이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이 작품은 `파리 교향곡'을 후원한 프랑스의 귀족 도니 백작이 의뢰한 것으로 하이든은 백작에게 헌정하였다. 이 교향곡은 파리를 위해 작곡된 셈이지만 1791년 3월 11일 영국에서 초연됨으로써 하이든의 말년을 장식한 `런던 교향곡'을 예고하는 작품이 되었다.

초연 당시 청중의 열광적인 요청으로 이 교향곡은 여러 차례 연주되기도 하였다.

이 교향곡은 하이든의 교향곡 가운데 규모가 큰 교향곡에 속하지만 제1악장을 여는 첫 마디는 단지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연주하는 약한 3개의 음으로 시작한다.

당시 영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첫 리허설에서 3개의 음표를 지나치게 강하게 연주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렇게 조용한 도입부는 거대한 교향곡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약하고 이상해 보인다. 그러나 이 독특한 도입부를 그 다음을 향해 가는 예비 느낌으로 본다면 그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마음을 달래듯 편안하게 시작하는 도입부의 편안한 분위기는 서주에서 계속되는 현악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더욱 강조된다. 이어 관악기가 합류하며 불협화음이 되면서 심각한 느낌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어느새 빠르고 활기차게 템포가 빨라지면서 생기발랄한 제1주제로 이어진다.

첫 부분부터 악기의 색채감이 음악의 성격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이는 그의 후기 교향곡에서 얼마나 세련된 작곡 기법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가 된다.

이 작품에서 또 중요한 점은 첼로와 더블베이스 파트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시 관현악곡에서는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똑같은 악보를 연주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교향곡에선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완전히 다른 음을 연주하게 했다. 이로써 첼로와 더블베이스는 진정한 의미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전보다 한결 풍부해졌다. 이 교향곡이 `하이든의 영웅 교향곡'이라 불리는 까닭도 이런 혁신적인 배경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교향곡에 트럼펫과 팀파니를 편성하지 않았고 플루트 1대와 클라리넷이 제외된 2관 목관편성에 호른 2대와 현악을 추가한 것으로 `파리 교향곡' 정도의 규모였다.
하지만 이 교향곡을 영국의 많은 청중들 앞에 선보이기 위해 트럼펫과 팀파니를 추가했고, 이로써 좀 더 풍요로운 울림, 유기적인 흐름으로 화려한 연주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제1악장 Adagio - Allegro spritoso 느린 아다지오의 서주로 시작하고 템포가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주요부로 진입하는데 방식은 그 당시에는 매우 독창적이다.

처음의 악상을 회상하고 정리하는 재현부가 매우 길며, 음악을 마무리하는 종결부도 꾀 긴 편으로 재현부와 종결부에 중심을 둔 특수 구조를 통해 후반부에 새롭고 놀라운 악상을 선보이며 참신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제2악장 Adagio cantabile 매우 서정적이고 복잡한 불협화음으로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제1바이올린과 함께 플루트와 오보에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며 낭만적인 감성을 불어넣는다.

△제3악장 Minuet Allegretto 매우 힘차면서도 흥미롭다.
중간에 현악의 피치카토에 맞춰 등장하는 호른의 리드미컬한 선율에 이어 현악의 우아한 선율이 대비를 이루고 있어 흥미롭다.

△제4악장 Presto 하이든 특유의 톡톡 튀는 주제로 시작하지만 이전 교향곡의 그 어떤 피날레보다 특별하다.
바이올린의 주제 제시에 이어 플루트와 호른, 제2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들이 주선율을 연주하며 다양한 색채감을 만들어낸다.
하이든은 19세기 작곡가들이 사용한 악기에 비해 훨씬 적은 수의 악기만으로도 이토록 다채로운 음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 천재였다.

■들을 만한 음반
△칼 뵘(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3)
△네빌 마리너(지휘), 성 마틴 인 더 필드 아카데미(philips, 1976)
△조지 셀(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Sony Classical, 1959)
△사이먼 래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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