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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의 값진 시간김호중 평창 동계올림픽 강릉 하키센터 베뉴진료소장(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의사신문 | 승인 2018.03.15 10:17
△김호중 교수

그 어느 때 보다 뜨겁고 진한 감동을 준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이제는 패럴림픽이 한창이다. 필자는 2016년 12월 겨울부터 올림픽 사전 테스트 격으로 열린 ‘2016~17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등에 ‘현장 의사’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강릉 하키센터 베뉴진료소장’을 맡아 의료지원단을 이끌기까지 1년을 훌쩍 넘긴 지난 시간을 매우 바쁘게 보냈다. 물론 그 시간 내내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된 동계올림픽이자, 무려 30년 만에 다시 열린 올림픽에 의료진으로 참가하게 되었다는 뿌듯함은 변함이 없었던 거 같다.

전통적으로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이스하키장에서 의료팀장으로 일한다는 자부심도 컸다. 물론 세계 1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의 참가가 좌절된 점은 아쉬웠지만, 한국 아이스하키팀의 첫 참가와 세계 2위 러시아대륙간하키리그(KHL) 선수들의 참가는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단순한 자원봉사 형태가 아니다 보니 준비할 부분도 상당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올수록 긴장이 많이 됐다. 다양한 국적 출신의 선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언어적 부담도 큰 상태였지만, 무엇보다 상당한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부상당했을 때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게 효과적으로 처치하거나 이송할지에 대한 부담이 더 컸던 것 같다.  

올림픽 개막 보름여 전에 강릉 하키센터에 도착해 본격적인 의료지원 준비를 시작할 때의 막막함은 지금도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다. 화려하게 잘 지어진 경기장 내부의 모습과는 다르게 선수와 관중 의무실은 여러 물품들이 잔뜩 쌓여져 있을 뿐 어떻게 정리를 하고 배치할지 몰라 모두가 내 얼굴만 쳐다보는 상황이 벌어졌고, 꼭 와야 할 물품은 경기가 시작되어서야 겨우 도착할 정도로 빠듯함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경기를 진행하는 행정 인력과 의무실 인력의 마찰을 중재하고, 구급차 배치와 같은 매우 기본적인 안전장치에 대한 부재를 설명과 이해시켜 가며 겨우겨우 채워나가는 과정은 상당히 버거운 일이었다. 여기에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현장 자원봉사자들의 홀대 논란은 실제 현장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고, 이들을 통솔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가중되었던 것 또한 이제야 솔직히 말할 수 있는 현실이었다. 

다행인 건 내가 근무하고 있는 순천향대 부천병원 직원 40여 명이 의료지원단에 선뜻 자원해줬고, 공가 처리 등 병원장님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모두가 동요 없이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올림픽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경기장에서 연습하는 유명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감탄하는 순간들이 늘면서 의무실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자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사실 병원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병원 응급실 일만으로도 충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병원 밖의 이러한 새로운 도전은 다른 환경에서 내 동료의 새로운 면을 찾게 되는 즐거움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새로운 인연에 대한 설렘이 있어 멈출 수 없다.

이번 겨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년 겨울, 올림픽 사전 대회에서 현장 의사로 함께 활동했던 이들을 약속이나 한 듯이 다시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반가움도 있었고, 단순히 하키에 대한 열정만으로 장기간 휴가를 내고 올림픽에 참석한 구강외과 교수님과 개원가 의사 및 치과의사들, 그리고 힘든 분위기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미소를 가진 젊고 활기찬 자원봉사 학생들이 그들이었다. 올림픽 동안 아침 8시에 일정을 시작해서 자정에 끝나 혹한에서 귀가 차량을 기다리는 일이 계속되었지만, 내게 힘이 되어준 이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올림픽 기간 중, 총 250여 명의 관중과 경기장 스텝들이 진료를 받았고 10여 명의 선수들이 의무실에서 수술적 처치를 받았다. 그 외에 필자를 통해 상급병원으로 급히 이송된 선수들도 10명 가까이 있었다. 돈 한 푼 받지 않았지만 경기 중 다쳐 실려 온 선수들을 열심히 돌보고 치료한 실력 있는 의료진과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낸 자원봉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열정이 올림픽에서의 시간을 더욱 값지게 만들었다. 

올림픽 동안 그 유명한 올림픽파크를 한 번 들러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강릉 하키센터 베뉴진료소장을 맡았던 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에 경기장 의사로만 참여하면서 비로소 여유가 생겨 올림픽파크를 둘러봤다. 이렇게 좋은 곳을 이제야 왔구나 하는 아쉬움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강릉 하키센터에서 머문 25일간의 멋진 추억과 맞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패럴림픽 중계는 잘 안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럴림픽까지 경기장 의사로 참여한 데에는 그새 정든 경기장이 그립고, 여러 소중한 인연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이유가 컸다. 하지만 막상 참여해보니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과 코치진 및 스텝들의 위대함을 바로 옆에서 보며 느끼는 벅찬 감격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상체가 월등히 발달되어 보행을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힘들지만 경기장에선 올림픽 선수들보다 더 많이 웃었고, 경기 후 의족을 채우고 뛰어가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패럴림픽 선수들은 경기 중 부상을 당할 경우 하지 골절 등 올림픽 선수들보다 더 심각한 경우가 많아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들의 밝고 열정적인 모습과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 관중들의 응원 열기는 올림픽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어느새 강릉에도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바람이 분다. 이번 주말이면 패럴림픽은 끝나지만 추위 속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과 감동의 순간들은 평창과 강릉의 공기 속에 영원히 숨 쉬리라. 물론 내 마음속 한 편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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