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doctor's life 연재 클래식 이야기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 D 단조 〈바그너〉 클래식 이야기 〈417〉
의사신문 | 승인 2017.11.06 13:29

클래식 이야기  〈417〉


■바그너에게 헌정된 `바그너 스타일' 교향곡
1877년 12월 16일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진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의 초연은 그야말로 `대재앙'이었다. 한 악장이 끝날 때마다 청중은 하나 둘씩 연주회장을 빠져나갔고 연주가 다 끝날 무렵 객석에는 고작 20여 명의 청중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청중 가운데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가 있었다. 당시 17세였던 말러는 브루크너의 교향곡에 크게 감명을 받아 이 곡을 `네 손을 위한 피아노곡'으로 편곡하여 이듬해 출판했다. 브루크너는 말러의 편곡에 아주 만족하여 그 답례로 말러에게 자신의 교향곡 제3번의 총보를 선물했고, 이후 그들은 좋은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 서로를 열렬히 존경하는 사이가 됐다.

이 작품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브루크너에게 호의적이던 평론가 에두아르트 크렘저마저 이렇게 평했다. “그의 음악은 매우 창조적이지만 응집력이 부족해서 그 창조적 영감을 지탱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감수성은 매우 깊지만 긴 호흡이 부족해서 세부적으로 매우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적으로는 완결되고 세련된 예술 작품의 인상을 주지 못한다.” 이처럼 이 작품이 전문가들로부터 외면당한 것은 아마도 바그너풍의 악상이 너무 많아 독창성이 결여된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당대 빈 음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음악평론가 에드바르트 한슬리크도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이 바그너의 〈발퀴레〉와 만났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들의 발굽 아래 짓밟혔다”고 평하며 이 작품의 독창성을 문제 삼았다.

물론 이 교향곡이 바그너의 음악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바그너의 오페라처럼 교향곡의 역사상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하고 독특한 작품이다. 아직 말러의 교향곡이 나오기 전이었던 당시로선 이 작품이 가장 긴 교향곡이었다. 〈로엔그린〉, 〈탄호이저〉, 〈트리스탄과 이졸데〉, 〈발퀴레〉 등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인용된 부분이 있으며, 바그너와 유사한 거대한 음향 또한 놀랍다. 이 때문에 한슬리크가 브루크너 음악의 장엄한 양식과 정신적인 개성을 의도적으로 평가 절하한 것도 사실이다.

다른 면에서 이 교향곡의 초연 실패를 보면 음악적인 면 때문이라기보다는 당대 빈 음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분쟁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 같다. 그는 이 교향곡 제3번에 바그너풍의 악상을 넣어 `바그너 숭배'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깊이 존경하는 거장 바그너 선생님께'라는 헌정사까지 붙여 바그너에게 바쳤으니 바그너 반대파에서 가만히 있었을 리 없었다. 당대 빈 음악계는 브람스와 한슬리크를 중심으로 한 보수주의 음악가들과 바그너와 리스트로 대표되는 진보주의 음악가들로 양분되어 있었기에 바그너에 대해 노골적인 존경심을 표현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초연 실패 후 브루크너는 1877년과 1889년 두 차례 악보를 개정했다. 브루크너는 개정 작업을 통해 바그너 음악을 연상시키는 인용 부분을 삭제해 곡을 짧게 줄였고 모자이크 같던 음악을 좀 더 매끄럽게 다듬었다. 이로인해 이 작품은 1873년의 오리지널 버전 외에 1877년 버전과 1889년 버전이 있다. 1977년 작곡가 노바크의 편집에 의해 1873년 버전이 출판된 후 그 우수성이 인정되면서 최근에는 오리지널 버전이 더 많이 연주되고 있다.

△제1악장 Gem<&25058>ßigt, mehr bewegt, misterioso 도입부는 인상적인 트럼펫 주제로 시작한다. 바그너는 도입부의 이 주제를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훗날 브루크너는 이 교향곡의 트럼펫 주제 때문에 `트럼펫 브루크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전반적인 음향은 오르간 같은 특징을 보이며 오르간 즉흥연주 느낌을 준다. 오르가니스트였던 브루크너 특유의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제2악장 Adagio. Bewegt, quasi Andante 여린 현악의 선율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명상적인 음악이다. 곳곳에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로엔그린〉을 연상시키는 선율이 등장한다.

△제3악장 Scherzo. Ziemlich schnell 주제와 트리오의 두 부분의 대비는 그다지 크지 않고, 트리오에서 도약하는 선율은 오스트리아 민속 춤곡인 렌틀러, 요들과 유사한 느낌이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빠른 음형의 반복으로 인해 긴박감을 주면서 바그너풍의 느낌이 두드러지고 휴지부가 많아 모자이크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브루크너가 오케스트라로 기념비적이고 장엄한 울림, 특히 금관은 윤기가 흐르고 풍성한 사운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들을 만한 음반
△칼 뵘(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70)
△오이겐 요훔(지휘), 드레스텐 스타트카펠레(EMI, 1977)
△칼 슈리히트(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65)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0)
△귄터 반트(지휘), 북독일 방송 심포니 오케스트라(RCA, 1992)

 

 

의사신문  webmaster@doctorstimes.com

<저작권자 © 의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사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 뉴스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6가 121-99 서울시의사회관 402호 의사신문  |  대표전화 : 02-2636-1056~8  |  팩스 : 02-2676-2108
Copyright © 2019 의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ocnews@daum.net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준열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