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론
[시론] 환자의 안전을 위해 정부가 눈을 뜰 때가 됐다"의사들은 환자 배려하는 수고를 수용하고, 정부는 이에 걸맞는 정책적 뒷받침 해주어야"
의사신문 | 승인 2017.02.25 07:49
       이명진

의사평론가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일명 설명의무법이 만들어져서 2017년 6월 21일부터 시행된다. 2014년 일부 성형외과의 대리수술이 발단이 되어 제정된 법안이다. 신설된 의료법 24조 2항을 통해 대리수술을 막고 수술과 수혈, 전신 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 환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입법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는 의료윤리에서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환자의 자율성 보장에 관한 부분으로 이 개념은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만들어진 후 2차 세계대전이전까지는 거의 없었던 개념이다. 나찌의 비윤리적인 인체실험을 계기로 인해 만들어진 뉘렌베르그 조약을 시작으로 하여 터스키기 매독시험이 발단이 된 벨몬트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현재의 구체적인 개념으로 완성된 것은 불과 수십 년전이다. 그 전까지는 수술을 결정할 때 의사선생님이 제일 좋은 결정을 해달라고 의사에게 전적으로 일임하는 상황이었다. 온정적 간섭주의 시대에서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시대로 의료윤리의 축이 이동한 개념이다.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불과 20 여 년 전이다. 지금은 각 의과대학에서 이런 개념에 대한 교육과정이 잘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기성 의사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더욱이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나 의료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담당자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이런 개념을 잘 몰랐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의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환자가 수술이나 처치, 검사를 받기 전에 의사에게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의 상태와 관련된 정확하고 적절한 정보제공과 설명이 필요하다. 이러한 설명의무는 법적 의무와 도덕적 의무라는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일부 성형외과에서 문제가 된 대리수술 같은 부분이 대표적인 법적 의무에 관한 사항이다. 이런 경우는 법적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잘 집어내서 이에 대응하는 맞춤형 법안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충분한 설명과 같은 도덕적 의무에 속하는 의료윤리적인 부분은 의사단체가 환자들을 위해 스스로 전문적인 기준을 만들어 제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성숙한 해결방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뜻은 좋지만 법으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까지 법으로 해결하려고 한 논란의 부분이 있고, 아직 미완의 법안인 것이 사실이다. 이제 법안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적 뒷받침을 해서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고, 의사들의 자율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만 한다.

환자들이 의사들에게 정확하고 적정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진료 환경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료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수가는 너나 할 것 없이 아무도 설명의무에 대한 개념에 익숙하지 않던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설명의무법이 환자를 위한 배려임에도 수가에 전혀 반영 되지 않은 상태이다. 정부가 환자의 알권리와 자율성을 보장하고 또 환자의 안전을 진정 위한다면 환자의 자율성을 위한 실제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정부가 환자의 안전을 위해 눈을 떠야 한다. 의사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의사들이 검사와 시술, 수술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의 동의 과정을 거친다면, 수술이나 검사의 난이도에 따라 현재 검사나 수술 수가의 3~5%를 가산해주는 방안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의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환자의 알권리와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WIN-WIN'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 정도의 비용은 그리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거줄 수 있는 정책이다. 환자의 안전과 윤리적인 진료환경을 위해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한다.

또한 각 수술에 적용할 표준 설명 안도 만들어 져야 한다. 24조 2항에서 '수술 후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이라는 부분이 있다. 각 수술에서 예상되는 전형적인 후유증과 부작용을 어느 범위까지 설명할 것인지 각 전문학회에 용역을 의뢰하여 표준 설명 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미 법안이 만들어졌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의 취지에 맞는 효과를 거두도록, 시행령 속에 법적인 문제와 윤리적 문제 그리고 시행에 따르는 비용문제에 대한 부분들이 충분히 반영되어 환자들의 권리와 자율성이 보장되었으면 한다. 의사들은 조금 힘들고 불편하겠지만 환자를 배려하는 수고를 기꺼이 수용하고, 정부는 이에 걸 맞는 정책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의사신문  webmaster@doctorstimes.com

<저작권자 © 의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사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포토 뉴스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6가 121-99 서울시의사회관 402호 의사신문  |  대표전화 : 02-2636-1056~8  |  팩스 : 02-2676-2108
Copyright © 2019 의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ocnews@daum.net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준열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