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현 기자

`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까지 나서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활용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의료계는 `멘붕'상태다.

최근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에 참석,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어 곤혹스러운 심정을 알고있다”며 “국회가 앞장서서 해결할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의사에 이어 국회까지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조건 누구나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해 의료계는 답답한 상황이다.

사실 한의계가 의료기기 활용을 주장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동안 한의협은 한방의료의 진단과 치료 과정의 체계화를 위해 의료기기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리고 의료기사에게도 자격부여 된 의료기기 사용을 한의사에게만 의료기사 지도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현대 문명을 함께 공유해 국민건강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일부 한의사들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한의사들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다 적발돼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받는 사례도 있다.

의료계가 한의계의 의료기기 사용 주장에 발벗고 나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의사들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한 수련과정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의학은 학문부터가 현대의학과 다르기 때문이다. 단 몇 시간 배워 의료기기를 활용한다는 것은 국민을 `마루타화'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의료계는 `의료기기'가 단지 의사들의 `전유물'이라서도 `진료영역'의 분산화를 막기 위해서도 아닌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기초 수준, 지식만을 갖춘 한의사가 현대 문명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헌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현대 의학을 전혀 모르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에게 의료기기를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경솔한 발언이었다고 판단된다.

국회는 `정치인'으로서가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내 생명을 담보로 판단해 어떤 결정이 올바른 것인지 살펴보고 일을 추진하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홍미현 기자

홍미현 기자  mi97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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